[칩톡]연합군 타고 달리는 日…韓 반도체 '외줄타기'

日 라피더스, 2나노 신기술 겨냥
700억엔 준 정부는 추가지원 계획
美·日·臺 깊어지는 밀월
韓, 공제율 높였지만 野 '재벌특혜' 주장에 진통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시장이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기술강국들의 격전지가 됐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에 이어 '반도체 복권'을 꿈꾸는 일본의 '라피더스'까지 최첨단 파운드리 칩 전쟁에 참전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반도체 복권'을 꿈꾸는 일본의 프로젝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라피더스는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nm·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의 프로토타입(시제품)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라피더스는 소니·도요타·키옥시아·NTT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설립한 합작 기업이다.

2나노는 첨단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도 2025년 생산을 목표로 세웠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공정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장 고도화된 공정은 3나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3나노 1세대 공정의 수율을 상당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말 세계 최초로 나노 공정에서 칩을 생산,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에 전달했다. TSMC는 3나노 칩 양산 시점이 삼성전자에 비해 6개월 정도 늦었다. 지난달 29일에야 대만 남부 타이난과학단지 내 18팹에서 3나노 양산 행사를 열었다. TSMC는 핀펫 기술을 유지하며 3나노 공정을 개발했다. 첫 고객은 애플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3나노 같은 최첨단 공정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로 평가된다. 초기 수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현재 일본의 칩 공정 최신 기술이 40나노까지 구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라피더스의 목표는 반도체 칩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강력한 개발 의지 피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라피더스를 통해 일본 정부가 노리는 것은 단연 '반도체 강국'으로의 복권이다. 일본은 자동차, 전력 및 광전자, 메모리 반도체 주요 생산국이지만 로직 공정 칩 미세화 공정에서 뒤처져있다. 하지만 미래 기술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한국이나 대만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전략은 자국 기술 육성과 해외 기업 공장 유치라는 투트랙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이미 700억엔(약 6614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앞으로도 추가 자금을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이를 바탕으로 10년간 5조엔(약 48조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슈퍼컴퓨터·자율주행차·AI 관련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TSMC는 일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구마모토현 공장 공사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줄였고 최근에는 일본 2공장 검토 사실까지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에 필요한 투자금 1조2000억엔(약 11조3400억원) 가운데 40%인 4760억엔(약 4조5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기술 라이센스를 맺었다. IBM은 2021년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미국에 직원을 파견하고 필요한 기초 기술의 숙련을 진행시키고 있다.

물론 반도체 업계에선 일본의 로드맵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설령 일본이 예정된 일정대로 2나노 시제품을 구현하더라도 '양산'으로 접어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 일본, 대만이 협력 관계를 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합군과 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홀로 초격차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 시기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초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법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2월 개정안 통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의 경우 '재벌특혜' 논리를 앞세워 세액공제 상향 범위 조정을 원하는 눈치다.

한편,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수익 점유율이 직전 분기 대비 1%포인트 늘어난 6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에 이어 13%에 머문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47%포인트 차이로 더 벌어졌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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