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별을 도넛처럼 잡아 먹는 블랙홀

허블, 초대질량 블랙홀의 항성 흡수 과정 포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블랙홀이 지나가던 항성을 포획해 마치 도넛처럼 만들어 흡수하고 있는 듯한 천문 이미지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이 블랙홀에 사로잡힌 항성의 최후 순간을 기록했다"며 이같은 이미지를 공개했다. 허블은 'ESO 583-G004' 은하의 중심부에서 약 3억 광년 떨어진 항성 'AT2022dsb'가 블랙홀에 끌려 들어가 붕괴되는 '조석 파괴 현상(tidal disruption events)'을 포착했다.

NASA가 공개한 이미지를 보면 블랙홀의 주변을 지나가던 밝은 행성이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내부로 끌려 들어가면서 갈가리 찢겨져 가스화한 후 거대한 도넛 모양으로 변한 채 흡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외선 분광기의 데이터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NASA는 "허블의 데이터는 한때 별이었던 매우 밝고 뜨거운 도넛 모양의 가스 영역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태양계 정도의 크기로 중앙의 블랙홀 주위를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블랙홀의 조석 파괴 현상은 약 100여회가량 관측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은하계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에 의한 항성 붕괴는 10만년에 불과 몇 번밖에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희귀한 천체 현상이다. NASA는 2021년 3월에도 고에너지 우주 천문대에서도 다른 은하계에서 벌어진 블랙홀에 의한 조석 파괴 현상을 관측한 바 있다.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에밀리 엥겔탈러 연구원은 "아주 짧은 시간의 관측이었다"면서도 "항성의 잔해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 수 있게 됐으며 블랙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AT2022dsb의 붕괴 현상은 2022년 3월 1일 처음으로 포착됐다. 다행히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거리였고, 허블을 이용한 자외선 분광기 관측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밝기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개최된 미국 천문학회 제241회 회의에서 보고됐다.

산업IT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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