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의 가격이 점차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2% 가량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다시 반토막이 날 가능성을 제기한다.
1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공개한 탄산리튬 가격은 t당 45만2000위안(약 8321만원) 수준으로 불과 두달전 58만1500위안(약 1억705만원)보다 약 22.2% 떨어졌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리튬 가격은 한때 t당 1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최근 두달새 다시 가격이 급락했다.
리튬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의 원가에서 60~70%를 차지한다. 양극재가 배터리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50%가량이다. 추이동수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비서장은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서 탄산리튬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다"며 "전기차의 배터리 비용이 점차 낮아지면서 탄산리튬 가격이 t당 약 20만 위안(약 3683만원)으로 회귀할 것"으로 점쳤다.
리튬 가격 급락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있다. 전기차 수요의 '바로미터'인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달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작년 9월 판매가보다 13∼24%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중국서 생산한 신차 인도량은 5만5796대로 같은해 11월보다 44%, 전년 동기보다는 21% 줄었다. 이같은 수요 둔화 분위기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테슬라의 인도량 감소에 이은 가격 인하는 올해 전기차 시장의 '치킨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테슬라가 자사 모델의 가격을 내릴 경우, 다른 전기차 회사들 역시 가격을 내릴 것이란 이야기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을 올리는 추세였는데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했다"며 "다른 회사들도 가격 하락에 동참하지 않으면 공장 신설을 통해 생산한 전기차를 팔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리튬 가격 하락 자체도 배터리 판가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 비용 증가와 함께 판가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맞았다.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을 2~3달의 기간을 두고 판가에 연동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리튬 가격 상승이 판가 오름세로 이어지는 긍정적 기능을 한 것이다.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만큼 배터리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