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하루천자]'누워서 떡 먹는' 삶 버리면, 더 많은 것이 쉬워집니다

뇌과학·뇌건강 권위자 김재진 교수

교통수단, 스마트폰의 발전
편리함의 이면에 질환 있어
만보천자 캠페인 아주 바람직

무릎 안좋다면 등산 대신 평지
약간 뻐근한 정도로 '속보'를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국내 최고 권위 뇌과학·뇌건강 전문가인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일상은 누구보다도 바쁘다. 우울·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명의로 잘 알려진 김 교수는 진료가 있는 날에는 수많은 환자의 진료를 보고, 진료가 없는 날에는 연구와 학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2021년 10월 출범한 대한디지털치료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새로운 치료 시장으로 주목받는 디지털치료제(DTx) 연구를 선도하며 의료계와 학계, 업계의 가교 역할도 맡고 있다.

바쁜 일정에 따로 건강관리를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김 교수의 건강관리 비법은 다름 아닌 ‘운동의 생활화’이다. 평상시 걷기 시간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김 교수는 "계단은 아무리 높아도 걸어서 올라가고, 업무상 다녀야 할 때는 승용차 운전보다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며 "가급적 식사는 저탄식으로 소식하고 대신 주말에는 골프나 등산으로 좀 더 확실하게 운동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시아경제의 2023 범국민 뇌건강 프로젝트 ‘하루만보하루천자’운동을 환영하며 "이번 캠페인이 우리 국민의 신체 건강을 비롯해 정신건강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누워서 떡 먹기’ 시대, 신체·정신건강 악화"

기술의 혁신은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게 높였다. 단적으로 교통수단의 발달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웠던 ‘지구촌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00만대를 돌파하며 국민 2명당 1명이 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연락하고, 흥미를 돋우는 영상을 쉽게 보고, 집에 앉아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회선 수는 5424만9506개로, 사실상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충북 충주의 오솔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겨 있다. 30년간 뇌를 연구하고 환자를 돌본 김 교수는 '누워서 떡 먹기' 삶을 이겨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편리하기만 한 삶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해법은 '걷기'다. 김 교수 자신도 일상생활에서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사진=김재진 교수 제공]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악화가 숨어 있다. 실제 건강 관련 지표는 해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1만4966명에서 2021년 3만17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순수하게 병원을 찾은 환자만 의미하는 만큼 당연히 실제 비만 환자는 더 많을 것이다. 정신질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우울증 환자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33.9%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우리 국민의 몸도 마음도 더더욱 황폐하게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누워서 떡 먹기’의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기술적 혁신이 대단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도구가 모두 힘을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도 "누워서 떡 먹기가 쉽기는 한데, 사레들려 고통을 당하기도 쉽다"고 비유했다. 편리해진 시대가 오히려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쉬워짐의 이면에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위해함이 있다는 게 문제"라며 "운동이 부족해지고, 정겨운 인간관계가 부족해지고, 과식을 유발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하루만보하루천자, 건강 문제 해결 큰 힘"

걷기와 쓰기는 ‘누워서 떡 먹기’ 삶을 교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이 될 수 있다. 걷기는 별다른 장비도, 비용도 들지 않는다. 오롯이 의지와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김 교수의 건강관리 비법도 걷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등산을 즐기며 일상생활 속 걷기도 실천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주로 걷는 코스에 대해 묻자 "최상의 걷기 코스 바로 옆에 살고 있다. 탄천 바로 옆에 집이 있다"며 "요즘은 전국 어느 도시든 강이나 천에 걷기 코스를 잘 정비해놨다"고 답했다. 우리가 평소 인식하기 쉽지 않지만, 좋은 걷기 코스를 집 가까운 데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건물 계단도 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한두 정거장 정도 먼저 내려 걷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재진 교수가 낙엽이 떨어진 한적한 산길을 걷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산길의 오솔길 걷기가 참 좋다"며 걷기를 예찬했다.[사진=김재진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자신의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강도 있는 걷기가 필요하다며 올바른 걷기 노하우도 소개했다. 그는 "높낮이가 있는 산을 등산하는 것도 좋지만, 무릎이 안 좋으신 분들은 강변이나 천변의 평지를 걷는 게 좋겠다"며 "너무 천천히 걸으면 운동 효과가 떨어지니 다리가 약간 뻐근한 정도의 속보가 좋다"고 설명했다.

평생 국민의 뇌건강을 위해 살아온 김 교수가 이번 하루만보하루천자 캠페인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도 분명하다. 김 교수는 "30년간 뇌 연구를 해오며 언론사에서 뇌에 관한 보도를 하는 것은 봤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부디 캠페인이 큰 영향을 줘 우리 국민들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루만보하루천자 캠페인을 시작으로 그간 소홀했던 손글씨 써보기를 해보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김 교수는 "사실 모든 일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하다 보니 손글씨를 쓸 일이 없었다"며 "일부러라도 손글씨 써보기를 시작해야겠다"고 웃음 지었다. 하루만보하루천자를 실행하며 새겨야 할 문구를 부탁하자 그는 저서 ‘역발상의 지혜’에 담긴 문장을 소개했다. "누워서 떡 먹기는 쉽지 않다. 쉬운 길은 편리함을 앞세우지만, 종착역은 각종 질환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걸으라, 많은 문제가 쉬워질 것이니."

<김재진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의학 학사 및 동대학원 석·박사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전공의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연구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부교수 ▶연세대 의대 의학행동과학연구소 연구소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국제뇌기능매핑학회 정회원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 ▶대한뇌기능매핑학회 이사장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회장

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2023 범국민 뇌건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하루만보하루천자’운동을 벌입니다. ‘하루만보하루천자’는 건강한 100세 시대, 날카로운 뇌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만보를 걷고 하루에 천자를 쓰자는 운동입니다. 이를 위해 ‘하루만보하루천자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걷기 좋은 코스, 쓰기 좋은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하루만보하루천자’ 운동은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가장 돈이 들지 않는 현명한 운동입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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