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그날엔…]유승민 정치의 분수령 “청와대 얼라들”

2014년 유승민 국감장 발언, 여의도술렁
박근혜-유승민, 관계변화…배신자 이미지
尹대통령 직격탄 劉, 대선에 양날의 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

2014년 10월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면서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약간의 웃음기가 배어 있는 질의였다. 하지만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얼라들이라고 지칭한 것은 그저 농담으로 넘길 수는 없는 행동으로 인식됐다.

얼라는 어린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유 의원의 발언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향한 평소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술자리 농담도 아니고 방송 카메라가 취재하고 있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표현했으니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뉴욕 유엔총회 방문 당시 발언 자료와 관련이 있다. 애초 자료에는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는데 빠졌다.

2020년 10월 26일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을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준표, 유승민 대선경선 후보가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미국을 안심시키려다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유 의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유 의원은 “일관된 국가안보 전략이 없으니까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중국 경도’를 말하는 그런 자료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미·중에 대한 우리의 위치는 넣었다 뺐다 장난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간담회 자료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봤는데 외교부 담당 부서 누구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청와대 외교 안보 담당 비서진의 무능을 질타한 셈이다. 문제는 유 의원의 발언이 있는 그대로 해석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정치인 유승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원조 친박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졌다. 정치인 유승민의 아킬레스건은 배신자 프레임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정치 인생에 큰 짐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0년 3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2015년 1월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유 의원은 친박 주류가 밀었던 이주영 의원을 꺾고 새누리당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대표해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섰는데 해박한 지식과 뚜렷한 소신을 토대로 정치사에 남을 명연설을 했다.

문제는 여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내용이 박근혜 정부의 아픈 곳을 건드려버렸다는 점이다. 당시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었다. 정치인 유승민은 필요한 말을 한 것이라 여기겠지만, 누군가에게 그러한 지적은 배신으로 느껴졌다.

2014년 10월의 청와대 얼라들 발언과 2015년 이어졌던 여당 원내대표 유승민과 청와대 긴장 관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여권의 상황을 상징하는 단면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국감장에서의 발언 하나는 유승민 정치의 물길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돼 버렸다.

정치인 유승민은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국회의원이었던 부친의 뒤를 이어 다선 의원(4선)이 됐다. 그것도 보수정당의 심장과도 같은 대구가 그의 정치적 텃밭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선 의원 출신이자 여당 원내대표를 경험한 정치인, 대통령선거 출마 경험도 있는 인물. 그의 목표는 또 한 번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새로운 주인이다. 정치인 유승민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 대구 동구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75.7%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구의 압도적 지지 흐름이 2022년까지 이어졌다면 보수정당에서 그의 정치적 활동 폭은 훨씬 더 넓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배신자 이미지는 그를 옥죄는 요인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국민의힘 당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최근의 정치 행보가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이 선 비판을 쏟아내는 당권 주자를 여당 당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할 말은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껄끄럽게 받아들일까.

정치인 유승민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는 이미 정치 시험대에 올랐다. 그 결과는 2027년 대선에서 그의 역할과 위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