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문제원기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로 상당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고물가 상황을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쳐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국내 자금시장 경색과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상황은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2일 오전 서울 본관 회의실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물가 상황과 향후 흐름에 대해 점검했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내년 초까지는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총재보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둔화했는데 이는 지난주 전망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근원물가의 경우 개인서비스 물가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의 5.7%와 비교해 상당 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11월 기저효과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잠시 둔화할 수는 있지만 내년 1~2월 다시 오를 전망인 만큼 일시적인 하락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저효과와 국제 에너지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이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둔화폭 확대 가능성 등이 하방리스크로, 에너지요금 인상폭 확대 가능성 등은 상방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0%로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긴 했지만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여전히 훌쩍 뛰어넘으면서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의 어려움과 국내 부동산 침체 상황은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현재 기준금리인 연 3.25%는 중립금리 수준 혹은 이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향후 고물가가 이어질 것임을 감안하면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져야 하지만 단기 금융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져 있다는 점은 금리인상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향후 정책금리 인상의 금융·실물경제 파급 영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특히 이 총재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됨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이를 감안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연 3.5% 안팎에서 금리인상을 마치기를 희망한다"면서 "금통위가 통화 긴축 속도를 재검토하고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최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3.25~3.75%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최근 금융안정과 부동산 시장 악화를 고려해 최종금리를 3.5%에 수렴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0.25%포인트)하고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내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 금융안정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고금리 상황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경색됐던 자금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안정된 만큼 한은으로서는 국내 상황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