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기자
임주형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총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가 다시금 파업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부·화주와의 갈등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화물운송업계의 사실상 최저임금으로 기능해 온 안전운임제는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화물 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해 영구 제도화하고 적용 품목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운송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어긴 화주에게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이 제도는 과거 법적으로 보장된 최저 운임 없이 박봉에 시달렸던 화물차주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 운행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고, 2020년부터 시행됐다.
실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노동소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2년간의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컨테이너 차주의 월 순수입은 2019년 300만원에서 지난해 373만원으로 24.3% 올랐고, 시멘트 차주는 같은 기간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110.9% 상승했다. 화물차주의 노동 시간이 감소하는 효과도 관측됐다. 월평균 노동시간은 각각 월 15.6시간, 42.6시간 줄었다.
문제는 안전운임제가 3년 일몰제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는 오는 12월 31일 폐지된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종료를 6개월 앞둔 지난 6월 총파업에 돌입해 일몰제 폐지와 적용 대상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을 정부에 요구했었다. 당시 노정은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합의하며 파업은 8일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에, 정부·여당은 일몰제 연장에 무게를 두면서 재파업의 불씨를 남겼다.
화물연대는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일몰제 폐지와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을 철강·유조·자동차 등으로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월 총파업이 끝난 뒤, 안전운임제 관련 논의는 지난 9월 29일 민생경제안전특별위원회에서 한 차례 이뤄졌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국토부는 앞으로 안전운임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왔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실효성과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추진하되 적용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화물연대는 예고대로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조합원 2만5000명이 파업에 참여해 평택항, 부산항, 광양항을 포함한 주요 항만과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 등 물류거점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물연대는 당정의 결론이 총파업을 막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23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어떠한 대화도 없다가 이제 와서 파업을 철회하라고 엄포를 놓는 것은, 총파업을 막는 데만 급급한 발언"이라며 "이번 총파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지난 6월 총파업 합의파기"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