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지옥 해방일지]④'베를린도 정책 실패로 집값 폭등…이젠 공공·시민이 주인공 돼야'

크리스토프 베슬링 베를린 공대 교수 인터뷰
"협동조합 등 지원으로 신속·적정 공급 가능"

크리스토프 베슬링(Christoph Wessling) 베를린 공과대학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집값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베를린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크리스토프 베슬링(Christoph Wessling) 베를린 공과대학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베를린 집값 폭등의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통일 이후 경제·인구 등 구조적 변화, 그리고 그에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적 실수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베를린 공대에서 베슬링 교수와 만나 베를린의 주택시장 상황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주거복지가 좋다고 소문난 베를린은 왜 집값을 잡지 못했나

▶일단 통일이다. 베를린은 동서로 나뉘어 각자 섬처럼 갇힌 곳이었다. 동베를린에는 동독의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었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서베를린은 산업시설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서비스업 위주로 돌아가는 도시였다. 이 두 도시가 갑자기 합쳐진 통일은 엄청난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동은 인구의 증가다. 주요 정부기관과 미디어·의학계가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겼다. 2000년대부터는 IT산업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주택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 유입된 인구는 도심에서 거주를 원하지 않나. 그런데 도심엔 주택을 새로 지을 토지가 없을 텐데.

▶아주 어려운 문제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물론 공급이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에 신축 공급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통일 직후 베를린시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가 보유하고 있던 땅과 건물들을 팔았다. 시가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주택여력이 점차 줄었던 것이다. 이는 시의 실수였다. 뒤늦게 시는 팔았던 주택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에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 공공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인가.

▶베를린에서 7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있다. 민간 투자자가 특정 규모(5000㎡) 이상의 주택단지를 건설할 때, 전체 주거 면적의 3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저리의 대출 등 공공의 지원을 받되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의무를 진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짓지 않고도 공급을 늘릴 방법은 있다.

-- 30%를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하라는 건 일종의 규제가 아닌가. 규제가 오히려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당연히 시 차원에서도 건설사가 더 많은 주택을 지어주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조율과 타협이 중요하다. 법률을 무시한다거나 고친다는 게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시의 재량권은 발휘할 수 있다.

독일은 주택(건설)협동조합을 위한 다수의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운데 하늘색 건축물은 독일의 주택건설분야 협동조합 중 한 곳인 디제 에게(DIESE eG)가 매입·보유한 주택이다.

-- 민간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급을 촉진할 수 있을까.

▶협동조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베를린시는 물론 독일에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더 많은 지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별다른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집을 원하는 사람들 소수가 모이면, 그들이 집을 매입하고 건설할 수 있게 지원하는 모델이다. 지역의 연대 의식을 더 확고히 하고 주거수준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 그런데 실제로 성공한 사례가 드물지 않나.

▶맞다.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땅을 매입해야 하는데, 1차적으로 대기업·대자본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땅 문제가 해결되면 오히려 이들이 더 빨리 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국가보조금 정책도 필요한 것이다. 공급이 중요하지만, 공공이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할 순 없다. 결국은 국가도 파트너가 필요하다.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좋은 파트너는 바로 시민이다.

<i>※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i>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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