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급락에 SK하이닉스 주가 향배 이목
"경쟁사 유의미한 신제품 공급 아직…HBM 경쟁력 올해도 유지"
"올해 매출·영업이익 등 전년比↑…흑자전환 전망"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른바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던 SK하이닉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서만 60% 넘게 주가가 뛰었다. 지난 한 주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회 수 상위 30개 기업보고서 목록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리포트가 상위 3위를 포함해 4개나 포함됐다.
"AI 시장 성장으로 HBM 수요는 지속 성장"
현재 SK하이닉스의 주력 생산제품은 휘발성 메모리인 D램(DRAM)과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NAND)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하고, 일반적으로 '휘발성'과 '비휘발성'으로 분류된다. 휘발성 메모리 제품은 전원이 끊어지면 정보가 지워지지만 비휘발성 제품은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계속 남는다.
반격의 서막은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메모리 시장은 각국의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침체기를 겪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IT 수요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가며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AI 시장의 급성장이 변화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HBM과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AI 서버를 위한 제품과 함께 중화권 고객향 모바일 메모리 수요의 성장세까지 두드러졌다. 이에 지난해 4분기부터 D램을 필두로 낸드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눈에 띄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3월25일 기준 종가가 16만9400원이었는데, 약 3개월 뒤인 이달 20일엔 23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AI 칩 개발과 생산 과정에 필요한 HBM 공급 경쟁에서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우위를 차지한 게 비결이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기업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엔 업황 부진으로 7조7000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1주일간 공개된 증권사 리포트 6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SK하이닉스의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 평균은 각각 68조3800억원, 22조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석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낸드 업황 회복으로 영업이익률은 15.6%를 기록해 전 분기 대비 2.6%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D램은 지난 3월부터 출하한 8단 HBM3E가 실적에 온기로 반영되고 있다. HBM3E(8단)를 선두로 공급하면서, HBM 매출은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AI의 수혜가 낸드까지 확산하고 있다. AI 서버 및 스토리지에 탑재되는 고용량 쿼드레벨셀(QLC) 기업용SSD(eSSD)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eSSD 솔루션에 강점을 가진 자회사 솔리다임의 수익성 개선이 낸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HBM3E 판매가 본격화되며 D램 ASP 상승 폭이 컸다"며 "낸드는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에서 고용량 eSSD 수요가 증가 중"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올해 SK하이닉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존 대비 각각 3.4%, 26.7% 상향 조정한 68조7000억원, 22조70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HBM 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향상과 솔리다임 흑자전환 영향이 컸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급락에 휘청했지만…중장기 경쟁력 갖춰"
문제는 엔비디아가 조정 장세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장중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65% 내린 119.42달러(16만5754원)에 거래됐다. 18일 135.58달러의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이 기간 주가는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3조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도 2조9370억달러를 나타내며 3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시총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되돌아갔다.
엔비디아 주가의 하락은 그간 폭증 이후 차익 매물이 쏟아지는 등 일시적 조정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국내 반도체주도 지난 24일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SK하이닉스는 22만3000원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다만 증권가에선 조정장에 대한 우려보다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더 높게 평가했다. 경쟁사의 HBM 실적 부진에 따라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경쟁력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차세대 HBM 양산 시점도 앞당기는 등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서 엔비디아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HBM4는 내년, HBM4E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양상 계획을 각각 1년가량 앞당긴 것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출시 주기가 2년에서 1년으로 좁혀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HBM4는 HBM3E 대비 대역폭을 40% 확대하고 전력 소모는 70%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커스텀 HBM의 개념이 등장하는 HBM4가 내년 말을 목표로 대만 TSMC와 협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HBM4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TSMC와 기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커스텀 HBM은 고객 맞춤형으로 베이스 다이 또는 로직 다이라고 불리는 HBM 1층 받침대가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위에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올리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수직 연결하는 방식이다. 1층 받침대는 AI 연산장치와 연결돼 HBM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들의 HBM3E 시장 침투가 예상과 달리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HBM 시장 선두업체로서의 경쟁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올해 HBM3E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대 전환에 따른 판가 상승효과를 오롯이 누릴 것"이라며 "후발업체들의 기술격차 축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도 여전히 경쟁사 대비 HBM과 고용량 eSSD의 출하 확대가 가파르게 확인된다"며 "D램과 낸드 모두 성장세가 돋보인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호황 사이클에서 제품 시너지에 따른 실적 레버리지 효과 극대화가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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