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한예주기자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한예주 기자] 기업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환율·물가·금리 수준과 현 상황 간 뚜렷한 차이는 기업이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우고 적극적인 투자 집행보다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미 빠른 속도로 올라 기업의 감내 수준을 넘어선 환율·물가·금리가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있다.
24일 아시아경제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제경영환경 조사 결과, 기업이 버틸 수 있다고 한 환율은 달러당 1314원이다. 지난 20일 환율이 1433.3원으로 이미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현 환율보다 200원 정도 낮은 수준인 1200~1250원 사이로 응답한 곳이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 '환율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오를 경우(원화 절하)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 묻자 '원자재 수입비용이 늘어 이익이 줄 것'(38%)으로 우려하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해외 시장 가격경쟁력 개선으로 이익이 늘 것'(27%)이란 낙관론보다 비관론의 응답률이 11%포인트 높았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수출 기업에 이익으로 작용하지만, 원자재 수입비중이 큰 한국 제조업의 특성상 원자재 비용 역시 늘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금리와 물가 수준 역시 기업이 견뎌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상태다. 기업이 버틸 수 있다고 밝힌 적정 금리는 평균 2.8%인 반면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이 보다 높은 3.0%다. '적정 수준 이상 기준금리 상승 시 대응전략'을 묻자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 비용을 감당할 것'(43%)이라고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투자계획을 축소 및 철회하겠다'(23%), '인건비 등 경상 지출을 줄이겠다'(18%) 등이 뒤를 이어 투자 집행보다는 비용 절감에 힘쓰겠다는 보수적인 기조가 역력했다.
한국은행이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을 거침없이 단행하고 재정 당국(기획재정부)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 당국 방침에 동의한다고 밝히는 등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회사채 등 자금 융통이 그만큼 어려워져 기업은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대규모 설비투자 집행 등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물가동향 기준으로 5.6%로 치솟아 기업이 제시한 적정치인 2.4%의 배 이상을 기록 중이다. '적정 수준 이상의 물가 상승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 '원재료비가 올라 수익성이 나빠진다'(41%)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소비자 구매력이 약해져 수요가 줄 것'(26%),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늘 것'(20%)이란 전망이 많았다. 물가가 오를수록 가계가 지갑을 닫아 제품 수요가 줄고 기업 판매고는 쪼그라들게 된다. 재고가 늘어 조정이 힘들어지고 생산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들은 '3고(금리·환율·물가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져 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올해 상반기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한 근거로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둔화(56.4%),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내수 위축(25.6%),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지속(12.8%), 원자재 및 부품가격 상승(5.2%) 등을 꼽았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재고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고환율이 유지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력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며 "제조 원가 부담까지 이어져 생산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팔 것도 없는데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