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가심비, 언택트, 미닝아웃, 뉴트로….’ 어느 때부터인가 등장해 널리 통용되는 해당 단어들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키워드란 공통점을 지닌다. 매해 연말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대략 열 개의 키워드로 이듬해 소비트렌드를 전망해왔고, 그런 견해는 적잖은 공감과 파장을 일으켰다. 호기심 어린 대중에게는 ‘공감’을 얻어냈고, 소비자 분석이 절실한 기업에는 ‘통찰’을 제시했다.
검은 토끼해(2023)를 앞두고 공개한 ‘트렌드 코리아 2023’의 키워드는 ‘RABBIT JUMP’다. 불황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내년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해로 삼자는 속내를 담았다. 그런데 이런 키워드는 어떤 분석과 해석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 걸까. 올해까지 10회 넘게 출간에 참여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인 최지혜 박사를 마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벌써 10년 넘게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지 10년이 됐고, 연구원으로 참여한 기간을 더하면 12년이 됐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매년 그해의 띠 동물을 표제어로 삼고 있으니, 12간지를 지나온 셈이다.
-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출간 때마다 화제를 모은다. 파급력이 큰 것 같은데, 그런 영향을 실감하는지.
▲파급력이 크다고 표현해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열 개의 단어로 일반화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고,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로 연구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종종 강연 덕분에 ‘우리 자녀를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듣는다.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다른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트렌드 코리아’가 각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알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평균 실종’ 키워드는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와 다원화가 심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책에서 언급했듯, 이제 평균의 시대가 가고 개개인성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자 하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해야 할 전략은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양극단의 방향성에서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택일’ 전략, 소수집단(때로는 단 한명)에게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마지막으로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이다.
- 관심사가 다원화되면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질 듯하다. 해가 갈수록 트렌드를 짚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강의할 때 ‘이미 지난 트렌드인 것 같다’는 피드백과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진짜 있냐’라는 피드백을 동시에 받는다. 그만큼 세대 간 집단 간 격차가 커졌다는 것이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평균 실종’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세분화된 시장에 맞춘 트렌드 연구와 결과물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유통 트렌드’, ‘시니어 트렌드’, ‘주거 트렌드’처럼. ‘트렌드 코리아’는 지금처럼 대중서로서 많은 분께 미래 준비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키워드 제안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 ‘오피스 빅뱅’이란 말처럼 직장에서 대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조직은 무얼 고민해야 하나.
▲점차 조직 내에서 ‘개인’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업무 환경 개선보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를 중시한다. 따라서 조직은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 반대로 개인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일과 취미의 경계가 무너지며, 소위 돈을 벌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오피스 빅뱅’을 트렌드로 예측했지만, 업종에 따라 비껴가는 경우도 상당할 듯하다.
▲오피스 빅뱅은 일부 사무직, IT 업종에 한정된 변화다. 일부 IT 기업, 스타트업, 대기업 중심의 변화가 트렌드의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마치 전체 노동시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언급하고 싶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