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넷플릭스 닮은 꼴…여의도 쇼핑몰 광고판 싹쓸이한 구글

'망 이용대가법' 입법 저지 나선 구글
여의도 IFC몰·더현대서울 길목에
경제효과 담은 옥외광고 게시

"크리에이터 생태계 경제효과 2兆"
SNS·유튜버 동원 여론전 병행
국회 과방위, 총괄부사장 증인 신청

28일 서울 여의도 한 대형쇼핑몰과 지하철 연결통로에 최근 망 사용로법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구글의 유튜브 광고가 게재돼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구글(유튜브)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망 이용대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논의 저지 수위를 한층 높이고 나섰다. 공식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온라인에 이어 여의도 대형 쇼핑몰 연결통로 전체를 광고로 뒤덮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목전에 둔 넷플릭스가 국회의사당역에 '한국 콘텐츠 업계와의 동반성장' 효과를 명시한 랩핑 광고를 시전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29일 구글은 '2021년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경제효과 2조원',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생태계가 창출한 일자리 8만6000개' 등의 문구가 적힌 옥외광고를 IFC몰과 더현대서울, 파크원 빌딩 등으로 연결되는 200m 길이에 달하는 여의도 파노라마 로드에 게시했다. IFC몰과 더현대서울 등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놀이터로 손꼽히는 곳이다.

구글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튜브 콘텐츠 홍보 목적도 아닌 기업 이미지 제고 광고를 게재한 배경에는 최근 국회와의 망 이용대가법 관련 힘겨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다음 달 초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출석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 대리인으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구글은 국내 유튜버들을 볼모 삼아 입법 저지에 나서고 있다.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막대한 인터넷망 비용을 두고 통신사업자(ISP)들과 갈등 구도를 만들어온 것에서 탈피해 상대적 약자인 한국 크리에이터들을 앞장세웠다. 아난드 총괄 부사장은 지난 20일 입법 공청회 직후 블로그 글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콘텐츠 기업들에 이중 부담을 주는 것으로 이 같은 비용은 콘텐츠 기업과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법 개정 시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등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투자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28일 서울 여의도 한 대형쇼핑몰과 지하철 연결통로에 최근 망 사용로법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구글의 유튜브 광고가 게재돼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구글은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동원한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유튜브가 운영하는 ‘유튜브크리에이터스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망 이용대가법이 국내 인터넷 생태계와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유튜브 운영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시물을 게시했다. 공식 트위터를 통해서는 유료 광고 프로모션을 집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튜버들은 구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영상 콘텐츠를 연이어 게시하고 있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최근 방송에서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콘텐츠 사업자 때문에 통신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겠다고 하면 국제적 인터넷망의 룰에 어긋나는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실이 지난 20일 주최한 망 이용대가법 반대 토론회에는 유명 IT 유튜버 '잇섭'이 사회자로 등장했다.

하지만 ICT 업계는 구글이 한국 크리에이터들을 앞세운 주장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은 모든 유튜브 콘텐츠에 수익을 정산해주지 않는다. 시장에 알려진 조건은 '구독자 1000명에 연간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으로 기준에 미달할 경우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이 역시 광고로 창출된 수익도 45대 55로 유튜브가 45%를 가져간다. 작년 6월 서비스 약관 변경 과정에서는 이 조건을 채우지 않은 영상에도 유튜브가 광고를 붙이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경우 모든 수익은 창작자가 아닌 유튜브에 귀속된다. 결국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를 위해 일하지만, 수익은 극히 일부에게만 주는 셈이라 구글이 오히려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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