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국제유가가 8개월래 최저치 수준을 기록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인 80달러선 초반까지 떨어졌다.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의 수출지표 발표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상승 가능성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성사돼 이란산 석유가 시장으로 복귀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대비 5.69% 급락한 81.94달러로 올해 1월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5.44% 빠진 87.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도 지난 2월8일 이후 처음으로 90달러선 아래로 내려왔다.
이날 국제유가를 끌어내린 주 요인은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였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앞서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8월 중국 수출규모는 3149억2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7.1%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예상치인 12.8%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코로나19 봉쇄 장기화에 따른 생산성 악화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된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제에 대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가스공급 중단 등 에너지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겠다"며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도 경기침체 우려를 더욱 키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이상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우려 속에 JCPOA 복원 협상 타결가능성도 유가 하락세를 지속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에너지중개업체인 PVM석유협회의 타마스 바르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오일프라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이란제재가 풀려 이란이 석유시장에 복귀하면 내년 하반기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