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2% 성장…정유화학사,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 '잰걸음'

국제 플라스틱 규제 강화
친환경 소재 수요 증가
폐플라스틱 사업화 경쟁
설비 투자·이종협업 활발

울산CLX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정유화학사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강화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친환경 소재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20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지난해 440억달러(약 59조원)에서 연평균 8.2%씩 성장해 2028년 762억달러(약 10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7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지난해부터 EU 역내에서 플라스틱 판매를 금지했다. 같은 해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에 플라스틱세도 도입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했고 미국은 주(州)별로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 사용 규제를 도입하는 한편 지난해 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 조성에 3억5000만달러(약 468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올해 2월엔 유엔환경총회에 참석한 175개국이 세계 첫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규제 국제협약'을 2024년 말까지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성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플라스틱에 관한 최초의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은 플라스틱 생산·소비·처분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 대안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원료, 분해조건, 목적 등에 따라 상용화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직접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에선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화 시도가 활발하다. LG화학은 미국에 2025년까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공장을 짓는다. 이를 위해 미국 식품기업 ADM(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두 합작법인을 세웠다. ADM이 옥수수 기반 고순도 젖산을 생산하고, LG화학이 이를 바탕으로 연간 7만5000t 규모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국내에선 충남 당진에 2024년 1분기까지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설립한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울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Recycle Cluster)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 10만t 규모의 열분해 설비와 8만4000t 규모의 해중합 설비, 5만t 규모의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설비 등을 확보한다.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등 해외 기술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지난달엔 프랑스 환경기업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페트(PET), PP, 열분해 원료로 쓰이는 폐플라스틱 공동 스터디를 진행한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해 11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을 신설한다. 누적 투자 1조원을 투입해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사업 규모를 총 100만t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단기적으로 전자, 자동차, 가전 등 고객사를 중심으로 기존 물리적 재활용을 통한 PCR 제품 판매를 44만t까지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활용 페트(r-PET)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41만t, 열분해 기술 상용화를 통한 PE·PP 제품 15만t 생산을 추진한다. 현재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바이오페트(Bio-PET) 판매량을 현재 1.4만t에서 2030년까지 연산 7만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유사들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분해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2024년 가동 목표로 연간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모색할 방침이다. 커피기업 네슬레코리아와도 손을 잡았다. 플라스틱 커피 캡슐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가공·생산할 예정이다. 수집한 플라스틱 캡슐은 협력사인 도원을 통해 전 처리 공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 원료로 가공된다. GS칼텍스는 이를 통해 친환경 복합수지를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석유정제업자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신청해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900t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납사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납사는 대산공장 인근 한화토탈이 구매해 해당 원료로 재순환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올 초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친환경 납사로 생산하는 공정에 대해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PLUS를 취득하기도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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