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하늘길 선점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련 사업 선점을 위한 제작사·통신사·건설사 등 각종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UAM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합종연횡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일 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실증사업에 컨소시엄 6곳, 단일 기업 6곳 등 총 51곳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행체 제작사와 통신사, 건설사 등 다양한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항공 비행체 부분은 항공기 제조사와 함께 전기차 기술을 축적한 자동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일찍이 UAM 사업을 그룹 미래 주력 사업으로 삼고 투자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통신사는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UAM은 일반 드론과 달리 사람이 탑승하기 때문에 지상은 물론 상공의 통신망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UAM의 원활하고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상공 10㎞까지 통신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5세대 이동통신(5G)은 상공 120m까지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비행을 위해서는 6세대 이동통신(6G)의 저궤도 위성통신을 구축해야 한다. 또 자율주행을 위한 ‘관제 시스템’ 안정화 구축에도 초저지연 등 고도의 6G 기술이 필요하다. 탑승을 위한 예약, 신분확인 등 수속절차, 육상 교통수단과 환승 서비스 등도 통신사가 맡는다.
통신사들은 K-UAM 컨소시움 이외에도 UAM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5일 열린 부산모터쇼에 참여해, UAM 전략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UAM 상용화를 목표로 UAM 기체 제작 선도기업 ‘조비 에비에이션’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고 2024년부터 상용화가 가능한 기체에 대한 한국 내 독점권도 확보했다.
KT는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UAM과 자율비행 드론 관제 시연을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300회 이상의 실증을 한 드론교통관리(UTM) 기술을 이미 보유중인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7일 부산시와 부산 UAM 상용화 및 생태계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총 13개 사업자·지자체·군·공공기관이 참여했다. 각 기관과 참여사들은 UAM의 조기 활성화와 시장 선점을 위해 부산 지역의 해양 인프라를 활용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건설사는 버티포트 시설(UAM 이착륙장) 및 버티포트 운영장비(충전) 등 제반 인프라 구축 및 운영을 추진한다. 여기에 공공기관은 항공 운영 인프라 제공 및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게 된다.
현재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K-UAM 실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단일 기업이 모든 기술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주도 UAM 협력체엔 KT,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한화시스템은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실증 사업에 참여를 제안했다.
또 LG유플러스는 파블로항공, 카카오모빌리티, 제주항공, GS칼텍스, GS건설, 버티컬 등과 손을 잡았으며, 롯데렌탈은 롯데건설, 롯데정보통신, 민트에어, 모비우스에너지와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최근에는 지자체들의 경쟁도 뜨거워 지고 있다. UAM은 추락 위험이 있으므로 한강변을 따라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한강변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강변의 시범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인천광역시와 고양시, 울산광역시 등이 실증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제조업체와 배터리업체, 전장 업체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UAM도 큰 틀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 간 합종연횡 형태가 계속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