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꺼지고, 꺼져도 다시 붙고'…불나면 무서운 전기차, 안전기준 높인다

자동차기자協 주최 심포지엄
"화재 대응 배터리관리시스템
일정 온도 넘어서면 쿨링·알림
내년부터 연구개발 지원 나서"

서울 소방재난본부가 진행한 전기차 화재 재연실험<사진제공:서울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전기차 배터리 화재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정책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 내연기관에 견줘 화재빈도는 덜하지만 한 번 불이 나면 크고 오래 지속되는 탓에 전기차 보급확대 후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당국의 안전관리체계도 변화가 필요한 만큼 배터리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안전기준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박균성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팀장은 21일 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장치에 대한 안전기준을 보강하고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화재확산방지 기술 등 안전부문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배터리 핵심장치는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체계로 개편하고 인증사항을 지키는지 꾸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온도가 일정 기준을 넘어설 경우 낮추기 위한 액티브 쿨링시스템을 비롯해 비상 시 이를 알리고 이상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선다. 전기차 화재 시 주변에 번지지 않도록 확산방지 기준도 마련한다. 차량이나 장치 단위의 배터리에 대해선 정부가 안전기준을 마련, 제작단계에서 공적기관의 성능시험을 거치고 사후에도 적합하게 만드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체계도 만들기로 했다.

지난달 4일 밤 부산 강서구 범방동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서부산요금소에 진입하던 승용차가 충격흡수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밖에 전기차 검사가 가능한 범용진단기 보급을 늘리는 한편 배터리 등록제도를 도입하면서 안전·성능 검사이력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앞으로 커질 사용 후 배터리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당국은 내다봤다.

최근 전기차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주행거리를 늘리는 등 기존 제품의 단점은 보완했으나 내부 열과 그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는 총 4530건으로 전체 등록된 차량 가운데 0.02% 수준이었다. 전기차의 경우 23건으로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

빈도로는 절반에 불과하나 전기차 화재가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건 한 번 불이 나면 잘 꺼지지 않고 진압 후에 며칠이 지나서 다시 불이 붙는 등 관리·대처가 어려워서다. 해외에선 화재진압에 몇 시간씩 걸리고도 몇 시간, 며칠 후 보관상태에서 다시 불이 붙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고문은 "전기차 화재 시 내부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진압이 어려울 수 있다"며 "(배터리셀의) 열폭주를 늦추기 위해 난연소재를 개발하거나 셀 간 열 전이를 차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안전성 시험 기준 가운데 하나로 열폭주와 관련한 평가항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송지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BMS를 본래 목적인 배터리 관리 외에도 이상감지 범위나 경고기능을 확대하고 화재 시 경보기능, 열폭주 전이 지연성능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리튬이온배터리팩은 급속충전만 하거나 방전을 많이 시키면 불균형이 발생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충전량은 20~80%를 유지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완속충전해 균형을 맞춰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광주=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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