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본격적인 민관 합동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시작됐다. 각 그룹은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남태평양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치전을 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무총리 직속 민·관 합동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가 꾸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이 위원회에서 힘을 합친다. 14개 정부 부처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도 참여한다.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삼성, SK, 롯데다. 삼성은 지난 5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모든 관계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들어갔다. 11~14일(현지시간)엔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태평양 피지까지 날아가 피지, 사모아 총리 등 정상을 만나 유치전을 벌였다. 피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발로 뛰기도 했다. 피지의 수도인 수바 나우소리 국제공항을 비롯해 피지 중앙우체국, PIF 개최장소인 수바 그랜드 퍼시픽 호텔 등 주요 건물의 옥외광고, 중심가인 빅토리아 퍼레이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광고를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 부회장도 5일 서울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나 사업 현황을 공유하면서 유치전을 했다. 한 부회장은 "2030년 엑스포에서 6G,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첨단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IT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이는 삼성이 멕시코와 진행 중인 비즈니스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경우 최 회장이 민관 위원회 회장으로 직접 나섰다. "두드리면 '박람회 유치'란 대박이 터질 것"이라며 위원들을 독려하면서 본인도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났다. 통상 그룹의 사업 현황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유치전을 겸한다. 최 회장도 SK의 4대 사업군인 그린 비즈니스, 바이오, 디지털,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의 기술력을 소개했다.
롯데는 그룹의 사장단회의격인 VCM을 14일 처음으로 부산에서 여는 등 엑스포 유치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신동빈 회장이 단기 실적에 안주하지 말라면서 유치전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선 것. 롯데는 송용덕,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팀장을 맡는 전사 차원 조직 '롯데그룹 유치 지원 TFT'를 꾸리기도 했다. 13일엔 롯데 자이언츠 홈경기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엑스포 유치 기원 'FLY TO WORLD EXPO'를 열기도 했다. 신 회장은 7년 만에 부산 사직 구장을 찾았다.
현대차, LG도 빠질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그룹사 역량을 유치전에 쏟아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5일 시작한 부산국제모터쇼 현대차·기아 부스의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에 유치 홍보영상을 상영했다. 하반기부터는 브랜드 체험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과 고양에서 QR코드를 활용한 유치 캠페인을 벌인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주요 인사가 방한하면 현대 모터스튜디오 등에 초청해 부산의 강점을 알리고 유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6일엔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코스타리카·과테말라·파라과이·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 10개국 정부 고위 인사와 각국 대사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일찌감치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전담 조직을 꾸렸다.
LG도 핵심 계열사 LG전자가 6일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사장을 리더로 하는 자사 TF를 구성했다. 조 사장을 비롯해 해외지역대표, 해외법인관리담당, 글로벌마케팅센터, 한국영업본부, 홍보·대외협력센터 조직으로 TF를 꾸렸다. 약 140개 해외법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와 홍보 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