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판교)=이춘희 기자] 13일 오후 찾은 경기 성남시 판교 SK바이오사이언스 에코허브(EcoHub) 연구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SKYCovione)'이 개발된 현장이다. 혹시 모를 외부 균의 유입을 막기 위해 실험복으로 갈아입고 덧신을 착용하고 연구시설 안으로 들어서자 백신 연구를 위한 연구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펼쳐졌다.
처음으로 찾은 세포배양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5ℓ 소형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였다. 통상 의약품 생산시설에서 볼 수 있는 대형 바이오리액터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내부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 갖춰진 연구용 투명리액터는 내부에서 어떤 작업이 벌어지는지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홍윤기 SK바이오사이언스 분석팀 매니저는 "배양을 하기 전 배양액은 갈색의 투명한 액체이지만 배양을 위해 세포를 함께 섞으면 색이 변하게 된다"며 "세포가 미니 공장 역할을 해 세포가 자라면서 항원을 계속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세포배양은 백신을 만들기 위한 가장 첫 단계다. 홍 매니저는 "차이니즈 햄스터 난소세포(CHO)를 이용해 항원 단백질 'A요소(Component A)'가 가장 잘 자라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다"며 "세포를 키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밥을 못 먹어도 세포들은 먹여야 하는 게 애로사항 아닌 애로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음 과정인 발효실에서는 또 다른 항원단백질 'B요소(component B)'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일반 세포가 아닌 대장균을 활용해 이뤄진다. 스카이코비원 이전에도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 개발 중인 로타바이러스 백신도 대장균을 활용해 개발됐다.
B요소는 스카이코비원에 적용된 최신 기술인 '나노입자(nano particle)' 기술의 핵심이다. 워싱턴대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가 개발한 기술로 단백질이 스스로 조립하며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자기조립(self-assembly)'을 가능케 해 항체를 만드는 세포의 활동을 촉진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전세계 최초로 계산적(computationally) 항원 디자인이 적용된 백신"이라며 다양한 세계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백신임을 강조했던 이유 중 하나다.
세번째 단계인 정제실에서는 백신 제조에 필요한 요소들만 남기고 다른 불순물들을 모두 제거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마지막 분석실에서는 얼마나 순수한 요소들만 남아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여되는 백신인만큼 유효성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다.
분석실에는 한 병에 10회분이 담긴 스카이코비원 실물도 함께 마련돼 있었다. 스카이코비원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adjuvant) 'AS03'를 함께 혼합한 0.5㎖를 투여하는 '멀티주' 방식으로 개발됐다. AS03은 별도의 약병에 담겨 함께 유통된다. 투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프리필드시린지' 방식 개발도 검토되고 있다. 백신 1개당 1회용량이 포함된 1인용 주사제 형태다. 앞서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는 10회분 약병에 담겨 유통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Nuvaxovid)'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개발생산(CDMO)하면서 추가로 접목한 방식이기도 하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의 산실이 된 판교 연구소는 내후년이면 그 사명을 다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천 송도에 마련한 3만여㎡ 부지에 송도 연구·공정개발(R&PD)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기본 설계를 진행 중으로 2024년 R&PD센터가 완공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판교 시대를 마무리하고 송도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송도 R&PD센터를 '글로벌 백신 생태계의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안재용 사장은 "단순한 연구소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R&D 생태계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소 바이오테크,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BMGF) 등을 초청해 어떤 백신이든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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