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희기자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장상호씨(35·가명)는 최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사설 구급차를 불렀다. 7.5㎞를 이동했다. 장씨가 받아든 청구서의 이송처치료는 35만원이었다. 장씨는 "상황이 급박해 일단 지불했지만, 이후에 터무니없는 가격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김희영씨(42·가명)는 강남역에서 경기 일산병원(31㎞)까지 이용료를 문의해 봤다. 이송 센터별로 많게는 3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응급구조사 동행이 어렵다고 말하는 곳도 있었다.
6일 아시아경제가 24시간 전국 응급이송센터 10여곳을 확인한 결과, 법정 요금을 안내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홈페이지에는 비공개로 비용을 문의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택시의 경우 지자체별로 기준은 다르지만 거리, 시간에 따라 미터기에서 요금을 알 수 있다. 구급차 역시 요금 체계가 있음에도 대부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부르는 게 값’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송거리 10㎞ 이내 이송처치료는 일반구급차 3만원, 특수구급차 7만5000원이다. 응급구조사가 탑승한 경우 일반구급차는 1만5000원의 부가요금이 부과된다.
과다비용 청구 외에 불법행위도 이뤄지고 있다. 의약품 사용, 대기비, 왕복·시외를 이유로 추가 비용 등을 요구하는 행위다. 이 역시 불법이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희씨(34·가명)는 "한 달 전 같은 구간을 이용했는데, 첫 이용요금은 8만원이었는데 두 번째 이용요금은 9만원을 불렀다"며 "1시간 대기로 7만50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업무 담당자는 "실제 암암리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1년에 한 번 정기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인건비 외에 건당 처리 비용 등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용자가 복지부, 지자체, 국민신문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이송 업무의 경우 공익적 측면이 있는 만큼 최소한 요금 공개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준 순천향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설구급차가 생긴 지가 10년이 지났음에도 ㎞당 가격 외에 별다른 규정이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면서 "설립 당시 함께했더라도 이후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의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정신 질환자 이송, 오랜 시간 대기 등 경우의 수를 반영한 가격 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군인권센터 자문위원인 김대희 인천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임상조 교수는 "현재 법정가격이라는 제도 자체는 있으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적극 공개하도록 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일부 지원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 노출도를 고려해 사설 구급차 직원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알코올 의존증 환자 50대 송모씨는 자신을 정신병원으로 이송하러 온 사설 구급차 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기도 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