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집회중인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재학생 3명이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학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한 교수가 소송을 비판하는 내용의 강의를 계획중이어서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 중앙도서관 입구에 한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같은 공동체에서 학습하는 구성원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당신의 학습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노동자의 삶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며 "존중의 공생을 모색하지 않고 노동자를 비난하는 평면적인 당신이 부끄럽다"고 썼다.
이 학생은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은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다"면서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하나. 그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이모 씨 등 연세대 학생 3명은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집행부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금. 정신적 진료비 등을 명목으로 640만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이라는 수업 강의계획서에서 재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을 강의 주제 중 하나로 다루겠다고 썼다.
나 교수는 "기회와 자원에 있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한국의 2030 세대들이 기득권을 옹호하고, 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현재의 기득권을 옹호하는지는 가장 절실한 사회적 연구 주제"라며 "누군가의 생존권을 위한 기본권이 '나'의 불편함을 초래할 때, 이들의 공정감각이 '기득권'이 아니라 불공정을 감내해온 사람들에게 불공정이라고 외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이어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며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한 학생은 "청소노동자들의 고생은 알겠으나 용역업체와의 계약 문제를 학교 측에 해결해달라고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청소노동자 임금인상만 성역화해야 하나. 모두가 불편을 감수하고 공감과 지지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학생과 졸업생, 시민들의 연서명을 받아 학교 총무처에 전달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