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완기자
불법으로 의심되는 한 투견 훈련장에서 개를 러닝머신에 묶어 달리게 하는 등 동물 학대 현장이 발각된 가운데 인간의 오락을 위해 착취·학대 당하는 동물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사진=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 캡처.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한 투견 훈련장에서 목줄에 묶인 개가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등 학대 현장이 발각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인간의 흥미를 위한 동물학대에 대한 대책이 촉구된다. 투견대회를 위해 길러지는 과정에서 잔혹한 학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주마 등 인간의 오락을 위해 길러져온 동물들의 퇴역 후 착취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 3일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은 지난 1일 대구 수성구 매호동의 불법으로 의심되는 한 투견 훈련장에서 맹견 20여마리가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생후 4~5개월의 새끼 고양이가 케이지에 갇혀 있는 것을 한 행인이 발견해 관할 구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캣치독팀이 현장을 방문한 결과 핏불테이러 등 맹견 21마리가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나는 환경에 노출돼 있었으며, 주변에는 러닝머신 1대, 소와 돼지에게 투여하는 근육주사 약품과 주사기, 중탕기, 톱 등이 발견됐다.
불법 투견 훈련장은 20년간 그곳에 자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투견 훈련장의 목격자는 캣치독팀에 20년 전부터 훈련장이 있었으며, 인근 2㎞ 이내 초등학교 2곳이 있어 주민들이 구청에 꾸준히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투견 학대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지난 2018년 5월에는 인천 강화군에서 투견대회가 열려 투견장과 두 개의 견사가 발견됐다. 투견장 주변에서 발견된 두 개의 견사에는 각각 60여마리, 18마리의 개들이 발견됐다. 견사에서 발견된 개들은 뜬장에 구겨진 채로 갇혀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으며, 분뇨처리시설이 마땅히 구비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투견 주인과 대회 주최자 등 총 6명을 강화경찰서로 연행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1월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간의 흥미를 위한 동물 착취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는 태종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달리던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인위적으로 넘어뜨린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달 24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방송에 쓰인 말 '까미'는 퇴역한 경주마였다. 까미는 강제로 고꾸라지는 장면을 촬영한 뒤 나흘 만에 사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에는 경주마, 싸움소 등 사행산업에 이용됐다가 퇴역한 동물들의 복지 계획을 정부가 세우고,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물을 제작할 때 동물학대를 예방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주마의 퇴역 건수는 매해 1000마리가 넘지만 은퇴 뒤 이력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며 "퇴역마는 부상을 입으면 2~3일 만에 도축되거나, 유원지 승마장이나 꽃마차 또는 영화 드라마 촬영에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라고 말했다.
퇴역한 경주마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비율은 지난 5년 동안 증가해왔다. 한국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경주마 중 퇴역 이후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지 않는 '기타용도' 비율은 △2016년 5%(70마리) △2017년 6.4%(89마리) △2018년 7.1%(99마리) △2019년 7.4%(103마리) △2020년 22.5%(308마리)로 증가했다.
앞서 지난 4월 31년 만에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됐지만 투견 훈련장과 같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견사나 퇴역 이후 착취가 이뤄지는 경주마 등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요구된다. 이달 26일에는 확대된 조항과 신설된 제도를 여럿 담은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소개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소유자의 사육·관리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해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학대로 명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사육 포기 동물 지자체 인수제도 마련 △동물실험시행기관에 실험동물의 건강을 점검하는 전임수의사 배치 △동물수입업·동물판매업·장묘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등이다.
전문가는 학대가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증거물이 확보된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박이나 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면서 "다만 도박이나 투견에 사용되는 현장을 적발해야지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장을 바로 적발하지 않더라도 소유주나 업주의 시설 등 충분한 증거물 등 정황이 확보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동물보호법의 맹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완하는 어떤 개정안 동물보호법 개정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