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송현도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성소수자 A씨는 지난달 성소수자들이 모인 모바일 메신저 오픈 채팅방에서 동성의 남성을 만났다. 대화가 통하자 연락을 주고받은 뒤 이 남성은 영상통화를 위해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권유했다. A씨는 이 앱을 깔고 영상통화를 하던 중 신체 일부가 노출됐다. 이후 남성의 태도가 돌변했다. A씨의 신체 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300만원을 요구한 것. A씨가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본인 동의 없이 밝혀지는 행위)을 우려해 송금을 주저하던 중 일부 지인들에게 사진이 유포됐다.
또 다른 성소수자 B씨는 이달 초 경찰에 몸캠피싱 피해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자신 외에 주변 성소수자의 피해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짜증 섞인 시선을 받았다고 느꼈다. 3일 후 사건이 이송됐다고 연락은 왔지만 이후 수사 상황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중 이미 지인들에게 피해영상이 유포됐다.
몸캠피싱이 지능화하고 있다. 몸캠피싱은 통상 여성을 가장해 남성을 상대로 음란행위, 신체노출 등을 유도해 사진·영상을 확보한 뒤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다. 최근에는 타깃이 성소수자로 확대되고 있다. 사기범들의 주 무대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성소수자 데이트 앱이다. 앱 설치에 필요한 압축파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사이트 링크를 보내 앱 다운로드를 유도한다. 이 앱들은 모두 범죄용으로 만들어졌다. 앱을 설치하려면 휴대전화 2, 3개 정도의 권한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전화번호, 주소록, 사진, 영상 등 모든 개인정보를 얻게 된다.
사기범들은 피해자를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하기도 한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죄다. 사기범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신체 영상, 사진을 피해자가 보냈다며 고소를 하는 것이다. 고소 후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전달해도 음란물을 전송한 행위 자체가 불법이어서 처벌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들을 돕고 있는 이한결씨(가명·25)는 지인들과 함께 범행에 사용되는 앱을 삭제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협박 시 대처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이씨는 "사기범들은 주로 밤에 돈을 송금하라고 요청하는데 이 때는 계좌에 송금 제한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며 "다음날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후 메신저 탈퇴와 함께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후 사기범들이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피해 영상을 공유하려고 하면 지인들과 함께 이모티콘을 도배해 가해자가 채팅방을 나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몸캠피싱 피해자 모임 카페’에는 피해자들이 모여 가해자들의 모바일 메신저 ID, 해킹 앱 및 링크 등을 공유하고 있다. 모바일 보안업계 종사자들도 있어 이들과 상담도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몸캠피싱 범죄가 분업화, 조직화, 점조직화되는 등 갈수록 추적에 어려움이 있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캠피싱 전문대응 업체 라바웨이브 관계자는 "(몸캠피싱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교묘해지기에 최신 수법을 인지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돈을 송금하거나 범죄 흔적을 삭제하는 등 행동은 하지 말고 이른 시일 내 전문가와 상담해 함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