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인턴기자
[아시아경제 김세은 인턴기자] '디플레의 나라' 일본이 우크라이나 원자재값 인상에 20년 만의 엔저까지 겹치면서 유례없는 '물가 상승' 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가 상승의 배경으론 '엔저 현상'이 꼽힌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엔화를 달러화로 바꾸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은 기존의 제로 금리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에 가속도가 붙었다. '제로 금리 유지'가 발표된 지난 28일, 일본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엔대까지 추락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약 1000조엔, 한화 9700조원)이 가장 높기에 금리를 함부로 인상할 수 없다. 금리를 올릴 때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기존 일본 경제의 흐름이던 '경기침체'와는 정 반대 흐름이라 더욱 큰 혼란을 낳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일본의 '사토리' 세대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물가상승을 겪고 있다.
일명 '버블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간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시달려 왔다.
일본의 조사업체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지난달 기준 105개의 기업이 라면·식용유·음료 등 4081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저렴한 100엔대의 물건을 판매하던 '100엔샵'도 문을 닫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100엔에 판매할 수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인 다이소가 '100엔'이 아닌 '300엔'을 기준금액으로 삼은 오프라인 샵을 오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 26일 일본 맥주 업계 1위를 달리는 아사히맥주도 14년 7개월 만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 맥주는 6~10%, 위스키는 7~17% 인상된다.
회사 측은 "비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고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물류비용이 오르고 엔저 현상도 겹치면서 맥주 원료 수입 물가가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걸로 풀이된다.
치킨값도 36년 만에 처음으로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은 일본인들의 식생활 전방에 타격을 주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callmese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