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는 24일로 두달째를 맞이하는 가운데 향후 4주 동안 벌어질 전투가 전쟁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지난 주에 이어 또다시 우리 돈 1조원에 달하는 추가 무기지원을 발표했다. 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 점령을 공식 선언한 러시아의 기세를 지금 꺾지 않으면 자칫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모험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전쟁이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국면에 놓여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및 동부일대 전투능력 향상을 위해 8억달러(약 9900억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무기지원은 푸틴에 대한 확실한 경고"라면서 "그는 절대 우크라이나 전역을 지배하고 점령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달러 규모 무기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불과 일주일만에 또다시 대규모 무기지원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4주동안의 전투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종 결과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앞으로 수십년간 유럽의 지정학적 판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고위관리들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의 승패에 따라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점령에 성공하면 푸틴 정권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전쟁을 더 장기간 이끌겠지만, 패배한다면 평화협상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국가들도 앞다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돈바스 전투가 벌어지는 향후 2주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결정적인 기간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이 매우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과 덴마크 정상도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무기지원을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의 전쟁범죄 기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아직 편제 재편과 보급문제 등에 시달리고 있어 돈바스에서 큰 타격을 입어야 휴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외교정책연구소(FRRI)의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롭 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군은 아직 키이우 공격 후 피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태로 이들의 재편과 함께 고질적인 보급문제도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돈바스에서도 큰 피해를 입게 되면 러시아군 전체가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마리우폴에서의 승리를 공식 선언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으로부터 마리우폴 점령 보고를 받고 "마리우폴 해방작전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며 러시아군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쇼이구 장관이 마리우폴에 남은 우크라이나 수비병력이 도시 내 철강단지인 아조우스탈에서 계속 저항한다고 보고하자 "전투를 중단하고 파리 한마리 드나들 수 없게 봉쇄하라"고 명령했다.
CNN에 따르면 마리우폴의 러시아 주력부대는 아조우스탈을 포위할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 돈바스 공격을 위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에는 우크라이나군 2000여명과 민간인 1000여명이 남아 최후 저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