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러 침공·中 봉쇄…거대한 '인플레 폭풍' 예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과 싸울 때 Fed에 맞서지 말라."

주가부터 채권, 유가까지 글로벌 자산 시장이 동시에 급락하는 이례적 상황에서 11일(현지시간)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소장이 내놓은 경고는 의미심장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자산 시장은 폭풍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아닌, 전쟁의 공급 충격으로 경기 둔화 속 인플레이션은 꺾이지 않는 ‘워세션’(war-cession)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미 투자업체의 진단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은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3월 美 물가 엄청 높을 것"…연속 빅스텝 가능성

11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공개한 3월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 중앙값은 6.6%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0%) 대비 10% 오른 수준으로 뉴욕 연은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높아진 인플레이션 공포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발표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공개를 하루 앞두고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월가에서는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4%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이 될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전 보고서(2월 CPI)에는 러시아의 부당한 침공에 따른 석유, 가스 가격 급등 대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3월 인플레이션이 엄청나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증폭시켜 중앙은행인 Fed의 통화 긴축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Fed는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강력 예고한 상태다.

시카고 연은 총재인 찰스 에번스는 이날 연설에서 "과도하게 신속한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이 연내 2회 가능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윌러 Fed 이사는 "금리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에 칼을 빼든 Fed가 자칫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덜 고려할 경우 후폭풍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인 85명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이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응답자의 50%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Fed의 긴축 행보로 인한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은 40%로 나타났다.

◇무디스 "퍼펙트 스톰 온다"…워세션 진입 우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치솟는 인플레이션은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전쟁 충격이 더해진 경기 침체인 워세션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디펜던트 스트래터지의 데이비드 로슈 투자전략가는 "금융시장이 워세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 속에 인플레이션은 치솟는 이례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경기침체에서 공급과 수요가 감소하면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워세션 상황에서는 비용과 인플레이션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성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러시아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공급망 혼란, 임금 인상 가속화 등으로 퍼펙트 스톰"이라고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를 평가했다.

이달 들어 주가부터 채권, 유가까지 동시에 하락하며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을 기점으로 미국 금융 시장에서 주식, 채권, 유가가 나란히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들의 동시 하락세는 2018년10월 이후 처음이다. 엠파워의 로버트 델루시아 수석 경제고문은 "공통분모는 경기침체 공포"라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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