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유지 vs 전면 출근…코로나 이후의 근무환경, 어떻게 바뀔까

"매일 출근 어떻게 했는지…" '재택 종료' 두려운 직장인들
'업무 효율 떨어진다' 10명 중 4명은 '사무실 선호' 조사도
"순식간에 전면 출근, 퇴사율 높아질 수 있어"
"미래 기업문화, 재택·출근 병행하는 형태 될 것"

서울 명동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멈추고 사무실 출근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선 재택근무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년 넘게 이어져 온 재택근무에 적응해버린데다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출근할 필요성도 없어 보인다는 주장이다.

IT기업에서 광고 업무를 담당하는 30대 박모씨는 회사 내부에서 곧 재택근무 종료 공지를 내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박씨는 "오랜 시간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이전에 매일 출근을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며 "출근 시간보다 최소한 1시간 반은 일찍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지옥철을 탈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에서 앞으로 1~2달은 상황을 지켜보고 출근으로 전환할지를 결정한다고 한다"며 "재택근무를 하면서 여가 시간이 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어서 이점이 많았다. 소통 부분에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온라인상에서도 회의하고 소통을 하는 데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연합뉴스

최근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 그룹이 가장 처음으로 재택근무 중단을 선언했다. 재택근무를 실시한 지 약 2년만인 지난 4일부터 전 직원이 사무실로 복귀했다. 다만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등에 대한 재택근무와 근무 인원 분산을 위한 유연근무제는 유지됐다. 포스코가 재택근무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다른 기업들도 속속 사무실 출근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대체로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직원 50% 내에서 재택근무하는 기본 방침은 유지하고 있고, LG·SK·현대차 등도 아직 재택근무를 유지 중이다. 쿠팡,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들도 기존 재택근무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전면적으로 근무 전환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일상 전환이 가능한 시점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전 직원이 출근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재택근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비대면 상황에서도 회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조성돼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비대면 방식이 업무 효율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오로지 재택근무만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사무실 출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스퀘어'와 '사람인'이 직장인 2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근무환경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37.1%는 '오피스에 출근해 지정 좌석에서 근무'를 가장 선호하는 업무 형태로 선택했다. 이들 중 절반은 그 이유로 '대면 업무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전문가는 미래의 직장 근무 형태가 대면 근무와 비대면 근무를 병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업들이 원격 근무를 시도했는데 당시에는 이게 관리가 될까라는 의구심과 걱정이 있었고 결국 포기했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재택을 하게됐고 2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생각 외로 유용한 측면이 있고 기업들도 비대면 상황에서의 소통을 위한 노하우를 갖게 되는 등 상당히 익숙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의 조직문화와는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청년 세대들에게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다"며 "순식간에 전면 출근을 시행하면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퇴사율도 높아질 수 있다. 감염병 상황이 끝나면 대면 근무가 이전보다는 많아지겠지만 앞으로 원격 근무를 활용하고 보완하는 방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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