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더라도 함께 하고 싶다' 결혼식 하루 뒤 동반입대한 우크라 신혼부부

우크라이나 신혼부부인 신랑 스비아토스라브퍼신(24)과 신부 야리나 아리에바(21)가 결혼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총을 집어 들었다. [사진=CNN]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우크라이나 신혼부부가 결혼한 지 하루 만에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집어 들었다. 이들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6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앞당기고 식을 올리자마자 동반입대했다.

25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키예프 시의회 의원인 야리나 아리에바(21)는 신랑 스비아토스라브퍼신(24)과 결혼식을 올린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국토방위군에 입대했다.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은 자원자들로 구성됐다.

당초 두 사람은 오는 6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둘러 결혼식을 앞당겼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와 그들의 미래에 무슨 일이 펼쳐질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부 아리에바는 키예프 성 미카엘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정말 무서웠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러 나갈 것이다"라며 "우리가 죽을 수도 있지만, 그저 함께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여기에 있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 숨진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러시아군의 진군에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의 섬을 지키던 경비대원들이 러시아 군함에 저항하다 모두 전사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군함은 우크라이나의 지미니섬에 접근해 이 섬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경비대 13명에게 투항을 요구했다. 당시 러시아 군함은 교신을 통해 "유혈 사태와 불필요한 사상자를 피하도록 무기를 내려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폭격을 당할 것"이라는 등의 경고를 남겼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 측은 잠시 침묵한 뒤 "러시아 군함은 꺼져라"라고 답했다. 이들은 이후 러시아 군함의 포격으로 전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 탱크의 진격을 막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군인의 사연도 전해졌다.

25일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해병대 공병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헤니체스크 다리를 폭파하는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다.

헤니체스크 다리는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중심 내륙으로 이어지는 요충지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다리를 폭파해 러시아군의 진입을 막을 계획이었다.

볼로디미로비치는 다리에 직접 지뢰를 설치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는 지뢰를 설치하던 중 자신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임무를 완수한 그는 자폭을 선택하겠다고 본대에 연락하고 숨졌다.

그의 영웅적 희생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현저하게 늦췄다. 부대가 방어선을 재구축할 수 있는 시간도 벌어줬다. CNN 등 외신은 이 다리가 폭파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본토로 진격하기 위해 더 긴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재구축할 시간을 벌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취재부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