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백화점 업계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핀셋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등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혜택을 나누던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 취향, 생활 방식을 겨냥한 혜택을 선보여 ‘큰손’ 이탈을 막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MVG ACE 등급(연간 1800만~2000만원 이상 사용)을 대상으로 ‘선택형 베네핏’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제도에는 등급별 혜택이 고정돼 있었으나 이 제도는 고객이 쇼핑·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쇼핑 타입’을 선택하면 라운지 혜택이 줄어드는 대신 에누리 혜택이 늘고, ‘라이프 타입’을 고르면 쇼핑 혜택이 줄어드는 대신 문화 혜택이 강화되는 식이다. 문화 혜택으로는 롯데콘서트홀·예술의 전당 멤버십 혜택,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와인·커피 등의 정기구독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0년 5월부터 업계 최초로 VIP 대상 과일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월 구독료 10만원으로 바이어가 직접 선정한 제철 과일을 2주에 한 번 배달해주는 것으로, 올해 신청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인기다.
현대백화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명사가 직접 추천한 책을 집으로 보내주는 ‘북 큐레이팅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기정화식물·난·꽃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VIP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백화점 업계 중 처음으로 2030 전용 VIP 멤버십인 ‘클럽 YP’를 선보이면서 지난해 20대, 30대 고객이 전년 대비 각각 86.7%, 54.2% 늘었다. 이들의 매출 비중 역시 43.4%에 달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전날부터 VIP 대상 와인·아트·펫·헬스케어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와인 구독 서비스의 경우 갤러리아 와인 바이어가 직접 고른 ‘이달의 와인’을 매달 한 병씩 3개월 동안 배송한다. 아트 구독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그림을 빌려주며, 펫 구독 서비스는 반려동물 장난감, 간식 등을 제공한다. 헬스케어 구독 서비스는 상담을 거쳐 고객에게 맞는 건강기능 식품을 배송한다.
백화점들이 핀셋 마케팅에 나서는 건 코로나19 3년차 ‘보복 소비’가 강화된 시점에서 고객 취향을 타깃으로 한 세부 서비스를 통해 큰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VIP 고객 매출은 매년 신장하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의 VIP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VIP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5%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운지 이용, 발레파킹 등의 고정 혜택을 넘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백화점마다 차별화를 이루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같은 마케팅 흐름에 대해 "최근 고객 관리 서비스들이 개별형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며 "고객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개별 맞춤화 전략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