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대담= 김민진 중기벤처부장, 정리= 김보경 기자] 김용문 창업진흥원 원장은 매주 1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해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철학에서 나온 원칙이다. 김 원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SI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찾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 내부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진흥원 내 청년창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스타트업 룩’을 도입해 직원들이 편한 복장으로 출근하도록 했다. 올해에는 세대별 창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팁스(TIPS) 프로그램과 같은 민관 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스타트업에 무한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전 세계적으로 부는 ESG 바람이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혁신) 측면에서 보면 ESG는 무한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ESG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협업이나 투자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과 카카오는 100억원씩 출자해 ESG 펀드를 조성했고, 롯데케미칼도 500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를 출자했다.
해조류로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한 ‘마린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고, 인공지능(AI) 로봇으로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수퍼빈’은 GS칼텍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창업진흥원도 ESG 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우수기업에 포상하거나 협력 사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규모의 한계로 인해 ESG 경영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창업진흥원이 가장 중점적으로 펼칠 사업은 무엇인가.
△청년·중장년과 같은 ‘세대별 창업’과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그리고 ‘민관 협업’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설된 청년정책과에 발맞춰 진흥원도 청년창업TF를 구성했다. 중기부와 함께 청년창업을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자유롭게 활용해 사업화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리스쿨 개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중장년 창업활동을 돕는 교육과 멘토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글로벌 지원사업을 체계화해서 스타트업의 무대를 해외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기틀을 마련하고, 팁스 프로그램과 같은 민관 협력 방식으로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현장에선 창업 후 3년 이상 지난 성장단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진흥원은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로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3~5년 차 성장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성장·도약 단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은 ‘자금’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이 5조2593억원으로 역대 최대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투자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성장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시드(seed) 투자는 늘어났지만 후속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후속투자를 유치할 시기가 되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나와서 평가를 받아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성장·도약기를 지원하기 위해 창업도약패키지, 포스트 팁스,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KSC) 조성과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글로벌 협력을 통한 판로확대 등 다양한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도약기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정책지원보다는 판로를 확대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그러한 레퍼런스를 통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1’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컴업(COMEUP)은 국내 창업 생태계를 전 세계에 알리고 국내외 창업 관계자들이 교류·협력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방문객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해 무사히 오프라인 행사가 진행됐다. 2019년 2만1000명보다 많은 2만8000여명의 스타트업 관계자와 투자자, 관람객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12개 세션으로 구성된 콘퍼런스는 만석을 이루고 72개 스타트업의 전시부스와 비즈니스 미팅 등 부대행사도 참관객으로 북적이는 등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행사 기간에 406건의 비즈매칭을 통해 투자상담이 이뤄진 것을 보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도 세계 각국과 협력하고 민간 영역의 참여를 늘려 국내외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스타트업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스타트업들이 창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소통을 강화했다. 먼저 ‘1주1사 방문’ 원칙을 세워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고 고충과 애로를 발굴했다. 웹툰 작가들과 만난 자리에선 "창작한 캐릭터를 상품화하기 위해 3D프린터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진흥원이 운영하는 ‘메이커스페이스’와 연계해 3D프린터 사용을 돕기로 했다.
내부적으론 스타트업 룩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의 복장을 편하게 바꾸고 내부 소통을 강화했다. 수평적·개방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해 스타트업의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최고의 창업기업 서비스 지원기관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제2의 도약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