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르만 로맨스' 무진성 '치킨뜯으며 보던 연말시상식, 꿈의 무대죠'

'장르만 로맨스' 무진성 인터뷰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는 신예 무진성을 건져 올렸다. 큰 키에 훤칠한 외형,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음성. 배우가 되기 알맞은 조건을 지녔지만, 기회는 8년 만에 찾아왔다. 2013년 MBC 드라마 '투윅스'로 데뷔한 그는 본명 여의주를 내려놓고 스크린 입성했다. 이를 돌아보며 "운명의 장난 같다"며 웃었다.

무진성은 최근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래 마음고생 하신 부모님께서 '장르만 로맨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감정이 북받쳤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개봉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다.

단편 '2박 3일'을 통해 제16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감독으로 인정받은 배우 조은지가 선보이는 첫 상업장편영화이다.

무진성은 오디션에서 200대1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유진 역을 꿰찼다. 신예 천재 작가 유진은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며 재미를 전하는 캐릭터. 베테랑 류승룡과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펼쳐야 하는 쉽지 않은 배역인 만큼 제작진의 고민도 깊었다.

그는 "오디션에 임할 당시 30대 중반 배우로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앞서 조은지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진성이 오디션장에서 거침없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영화 '굿 윌 헌팅'(1997)에서 '윌 헌팅'(맷 데이먼 분) 같은 느낌을 받아서 집에 돌아가는 배우를 붙잡았다. 다시 마주한 그는 '유진이겠다, 유진이다' 싶었다"고 떠올린 바.

이에 무진성은 "오디션을 마친 후 다 보여드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100% 만족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꾸밈없이 캐릭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했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오디션 기회를 받고 이번 만큼은 과한 열정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더라도 나를 표현하고 와야겠다, 자유롭고 당당하게 모습을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 면이 유진과 어울린다고 봐주신 거 같다. 인지도 없는 배우인데도 손을 잡아주신 용기에 감사드린다.(웃음)"

배우가 마음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특히 눈앞에 기회가 간절한 신인에게는 더욱더 그러하다. 무진성은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오디션 볼 당시 많은 사람과 만나며 상처도 치유도 받으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며 "인간관계는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걸 알았다. 그러한 점을 느낄 무렵, 작품과 만나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를 받았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유진은 감정의 농도를 조율하기 쉽지 않은 배역이다. 짝사랑, 동경, 연민, 들뜸, 설렘 등 다양한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조율하며 쌓아가야 하는 캐릭터. 무진성은 조은지 감독과 대화하며 차근차근 잡아갔다고 전했다.

"우리는 누구나 슬럼프를 겪고, 유진도 그랬을 거다. 유진이 힘들어하던 시기, 현의 '빈공간'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위안받고 동경하게 됐다고 봤다. 타이밍이 맞은 거다. 현은 위로와 위안이 되어 준 한 인간으로 유진에게 다가왔고 함께 집필하며 여러 교감을 나눴다. 장례식 장면에서는 소중한 존재를 잃고 그 순간 위안을 받고 포옹을 하며 '맞아요 이게 사랑이에요' 하는 마음을 다시 확인했던 거 같다."

실제 무진성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상대방의 배려를 느낄 때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를 할 때 상대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느낄 때, 그 마음이 예뻐 보인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언어나 단어 선택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솔직하고 싶다는 무진성은 "때론 감정을 들키기 싫을 때도 있고 솔직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상대를 배려하는 선에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고 말했다.

류승룡과 호흡은 어땠을까. 평소 온라인 톡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아무런 이미지를 올리지 않았지만, 촬영하며 그의 얼굴을 편하게 보고 싶은 마음에 류승룡이 방긋 웃는 사진을 올렸다. 그 파장은 엄청났다고.

"프로필 사진을 바꾼 후 주변에서 굉장히 연락이 많이 왔다. 대선배와의 호흡에 긴장도 됐고, 매일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얼굴을 익숙하게 하고 싶어서 바꿨다. 이를 본 승룡선배가 긴장하셨다더라. (웃음) 그래서 바로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했다."

무진성은 드라마 '산후조리원', '구미호 레시피', '내추럴로맨스', '밤을 걷는 선비',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요미 아빠 차우석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산후조리원' 오디션이 끝나고 한 달 후에 연락을 받아 중반부에 투입됐다. '장르만 로맨스' 촬영을 마친 후라서 그런지연기 욕심이 생기더라.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로 표현하고 싶어서 장발 헤어스타일을 제안했다. 수염도 직접 길었고, 뿌리염색도 안 하고 등장하는 게 우석과 어울릴 거 같아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무진성은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익혔고 필드에 나온 지 8년 차 신예다. 그는 "좋은 작품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좋은 메시지, 배우, 감독이 전하는 따뜻함이 시청자,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그런 점에서 배우로서 관객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고, 늘 배려하고 따뜻한 사람으로도 기억되고 싶다. 예전에는 막연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귀여운 목표도 전했다. 무진성은 "연례행사가 있다. 늘 치킨을 시켜 먹으며 시상식을 봤는데, 올해도 그렇지 않을까"라며 "시상식은 저한테 꿈의 무대이다.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껴지지만 언젠가 그 자리에 초대받으면 좋겠다. 치킨을 뜯지 않는 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웃음) 참석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NEW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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