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은인턴기자
탈레반이 블랙호크에 사람을 매달아 아프간 칸다하르 상공을 날고 있다. /사진=트위터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미국산 공격헬기 'UH-60 블랙호크'에 사람을 매단 채 하늘을 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30일(현지 시각) 탈레반이 조종하는 블랙호크가 아프간 칸다하르 상공 위를 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현지에서 다양한 각도로 촬영된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다목적 군용 헬기인 UH-60 블랙호크가 한 남성을 매달고 상공을 날고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남성이 아프간인일 것으로 추측하며 "탈레반 조직원들의 스스로의 세를 과시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다만 매달린 남성의 신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영상을 본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및 북아프리카 수석국장을 지낸 미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승자가 됐다'고 선언한 탈레반은 미국 헬기를 복수살인(revenge killing)에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 탈레반, 미국산 무기 판매 가능성도 있어… 테러 우려
지난 25일 탈레반이 블랙호크를 시운전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유튜브 캡처
앞서 탈레반은 지난 25일에도 블랙호크를 시운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칸다하르 공항 착륙장으로 보이는 넓은 공간에서 블랙호크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는 모습이 담겼다. 탈레반 조직원인 듯한 2~3명이 이 과정을 바라보는 장면도 찍혔다. 영상을 공개한 트위터 계정은 "손상된 블랙호크가 칸다하르에서 수리됐다"는 글을 남겼다.
또 탈레반은 소셜미디어에 미제 무기를 들고 있는 동영상과 사진 등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탈레반 조직원들은 주력 개인화기인 '러시아제 AK-47' 소총 대신, M16 라이플, M4 카빈 등을 든 사진을 공개했다. 탈레반이 노획한 미제 무기에는 총기뿐만 아니라 군용 차량, 철갑탄, 강철심 탄환, 방탄 장비, 통신 기기, 야간 투시경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용 헬기도 블랙호크를 포함해 100여 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미국산 무기 중 일부를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에 판매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인접국인 파키스탄이 중개인 역할을 할 수 있고, 파키스탄 현지와 인도 등에도 무기가 흘러 들어가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백악관 "군사자산 탈레반이 탈취"… 카슈미르 테러 배후설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진=연합뉴스
한편 백악관은 지난 17일 미국이 아프간군에 지원했던 블랙호크 등을 탈레반이 탈취한 사실을 인정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부은 100조원 상당의 군사자산이 탈레반 손에 넘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언론은 지난 25일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총 등 미제 무기가 파키스탄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며 "탈레반 승리에 고무된 파키스탄 내 테러 단체들이 이 무기들을 인도 내 폭력에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분쟁지역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상당수가 파키스탄 당국의 배후 아래 이뤄졌다고 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이미 군은 경계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와 일반인 대피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지난 17일간 군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을 대피시켰다"며 "아프간에서 20년간의 우리 군대 주둔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나예은 인턴기자 nye870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