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지나던 시민에게 서구식 옷차림을 했다는 이유로 매질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통 복장 대신 청바지 등 서구 문화가 연상되는 옷을 입은 아프간 행인을 향해 무자비하게 몽둥이 등을 휘두르는 모습이 올라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바지 차림은 이슬람 복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에게 매질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아프간 청년들도 SNS에 글을 남기고 있다.
이들은 친구들과 아프간 수도인 카불을 걷던 중 탈레반 조직원과 마주쳤는데 일행 2명은 도망쳤으나 나머지는 탈레반에게 구타, 매질, 총구 위협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탈레반이 아프간 점령한 이후 카불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전통 복장인 부르카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몸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위협해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은 총살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르카를 찾는 여성들이 급증했고, 부르카는 한 벌에 200아프가니(한화 약 3000원)에서 최대 3000아프가니(약 4만50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카불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여성은 트위터에 "지난 22일 탈레반이 전 직원을 소집하더니 그 중 여성만 해고했다"라며 "여성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유를 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 여성은 "1990년대에도 그들은 이런 일을 되풀이했다"라면서 "(그때도) 안보를 명분으로 사회에서 여성의 모습을 지웠는데 이번과 다를 게 무엇이냐"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기 전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에도 지금과 비슷했다고 진단했다.
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