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식품업계의 비건(채식주의)시장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건 식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14일 비건 인증을 받은 ‘정면’과 ‘정비빔면’의 판매량이 500만봉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정면은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봉지, 이달 420만봉지를 넘어섰다. ‘정비빔면’은 약 3개월 만에 100만봉지 판매를 기록했다. 비건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퍼지며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진 영향이다. 두 제품 모두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식품 인증을 획득해 기존 채식라면과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면은 출시 이후 매달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며 보통의 신제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신제품은 출시 직후 6개월가량 판매가 급증하고 이후부터는 판매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하며 소비자 신뢰도를 높인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비건인증원은 식품 및 화장품의 비건 인증·보증을 담당하는 정식 기관이다. 비건 인증은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제품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만 주어진다. 특히 해외 비건 인증보다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삼양식품도 비건 라면 출시로 맞불을 놨다. 삼양식품은 지난 3월 ‘맛있는라면 비건’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 역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포장재까지 적용하며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 공략에 나섰다. 이로써 라면시장에서 비건 제품은 영국 비건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에 등록돼 있는 오뚜기 ‘채황’과 농심 ‘야채라면’ 등 4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풀무원은 최근 ‘식물성 지향 식품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식물성 고단백질 식품 ▲식물성 저탄수화물 식품 ▲식물성 고기 ▲식물성 음료 및 음용식품 ▲식물성 발효유 ▲식물성 편의 식품 등 6개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을 출시키로 했다. 현재 비건 김치, 비건 인증 대체 요거트 등을 출시한 풀무원은 ‘식물성 고기’ 등 20여종의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조리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27개 라인업을 갖췄으며 식물성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하루식단 그레인’으로 비건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루식단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향후 제품군 확대를 통해 비건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한편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전체 인구의 4% 수준인 25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평소 육식을 하지 않지만 회식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고기를 먹는 유연한 채식주의인 ‘플렉시테리언’까지 합산하면 채식 인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