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왜 대출은 빨리 갚아도 수수료를 내야할까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금리가 오를 거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빚은 무조건 빨리 갚는 게 좋을까요? 이자 부담을 덜려면 하루라도 빨리 원금을 갚는 게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너무 빨리 빚을 상환하면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도상환수수료’인데요. 은행은 왜 빚을 빨리 상환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을까요?

중도상환수수료란 대출금을 처음 약속한 기간만큼 사용하지 않고 중도에 상환할 경우 금융회사에 내는 수수료입니다. 일종의 해약금이죠. 대출 조건과 대출 기간,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빚을 빨리 갚아버리는 바람에 큰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의 존재를 이해하려면 은행의 기본적인 업무수행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과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수신)합니다. 이 자금으로 다른 고객에 대출을 실행(여신)하죠. 수신 고객에는 이자를 지급하고, 여신 고객에는 이자를 받습니다. A라는 고객의 예금으로 B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A에게 2%의 예금이자를 주고 B에게 3%의 대출이자를 받아 1%의 차익을 얻는 게 은행이 수익을 올리는 기본적인 방식인 거죠.

그런데 B라는 고객이 연 3%로 1억원을 20년간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았다가 하루 만에 갚았다고 가정해볼까요. 은행 입장에서는 B가 돈을 빨리 갚아버리는 바람에 예상했던 것만큼의 대출이자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A에게 예금이자는 계속해서 지불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 경우 은행이 예상했던 이자는 3300만원 정도지만, 하루 만에 빚을 갚아버림으로써 8300원의 이자밖에 받지 못합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익수단 아닌 일종의 '페널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로는 손해가 더 클 겁니다. 대출을 실행할 때는 각종 부대비용이 더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창구를 통해서 대출을 신청했다면 직원비용(인건비)가 발생하죠. ‘수입인지대금’이라는 인지세도 은행이 내야 합니다. 재산에 관한 권리와 관련된 문서를 쓰면 국가에 내는 세금이 인지세인데 은행과 고객이 공동 부담하고 있습니다.

담보대출의 경우 감정비와 설정비도 내야 합니다. ‘근저당권설정비’가 대표적이죠. 근저당권이란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부동산을 팔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금융회사는 대출자가 가진 담보의 가격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은행의 담보로 설정해야 하는데 당연히 비용이 발생합니다. 통상 1억원을 대출받으면 70만원 안팎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익수단이 아니며 일종의 페널티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으면 빨리 빚을 갚아버리는 고객이 많아질 거고, 은행 입장에선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다만 고객으로서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소비자선택권을 침해하는 걸림돌이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가 낮은 대출로 갈아타거나 조기에 상환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수수료 체계가 천차만별인데 합리적 계산을 통해 마련한 가격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크고요. 대출실행에 드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 기존 시중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모든 대출 상품에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상품인 신용대출플러스나 비상금대출의 경우 받지 않고요. 신용대출은 1년만 지나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아파트담보대출은 매년 최초대출 금액의 10%까지는 받지 않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