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여중사는 ‘상관들의 회유’에 시달렸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20대 공군 여성 부사관은 성추행 가해자 뿐만 아니라 부대 상관들에게 회의와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성추행보다 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결국 이 중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3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사는 충남 서산 소재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2일 선임인 A중사로부터 저녁 회식에 참석하란 지시를 받았다. A중사는 당시 이 중사에게 "야간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중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음주·회식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회식에 끌려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A중사는 술자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로 이 중사의 신체 부위를 만지며 추행했다. 당시 차량 운전은 후임 부사관이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중사는 차량에서 뛰쳐 나왔고 다른 상관에게 성추행 피해사실을 알렸다. 또 다음날인 3월 3일 군에 성추행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청원휴가를 제출했다.

이후 이 중사는 부대 전속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상관의 회유만 돌아왔다. 당시 회식 자리를 주선했던 B씨는 A중사의 추행 사실을 듣고도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이 중사에게 A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했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이 중사의 직속상관 C준위도 성추행 사건 이튿날 이 중사를 불러내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다.

특히 이 중사와 같은 군인 신분이던 약혼자에게까지 연락해 "이 중사에게 잘 말해서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합의를 종용했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이 중사는 5월3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같은 달 14일 경기도 성남 소재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의 전출을 명령을 받았지만 출근 첫날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출근 첫날인 지난달 18일 홀로 야근을 해야 했고, 부대장으로부터 휴가 때 뭘 했는지를 적어내란 요구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중사는 지난달 21일 오전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당일 오후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이 중사 사망 경위뿐만 아니라 A중사의 강제 추행 혐의, 그리고 부대 상관들의 회유·압박 등 2차 가해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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