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판 대신 보고톡…사내문화 바꾸는 MZ세대

현대백화점 '간편보고시스템'
휠라코리아 임원제도 폐지
누구나 의견개진·소통강화
롯데온, 이메일 업무 확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부터),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 나영호 롯데쇼핑이(e)커머스 사업부장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굴뚝기업 이미지에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던 유통기업들이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의 약진 이후 변화하고 있다. 기존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전 직원이 스스럼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보텀업(상향식) 방식 기반의 수평적 조직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을 위해 비대면 보고 문화 구축에 나서는가 하면 직급제를 폐지해 수평적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보고 5~6줄로 축약"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일하는 방식’에 유연성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460개 보고서 양식을 폐지하고, 모바일을 통해 결재 문서를 대체하는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간편 결재’와 ‘보고톡’으로 구성됐다. 간편 결재는 품의서·내부 공문·근태원 등 종래에 사용하던 결재 문서 대신 5~6줄의 문장으로 보고하면 된다. 보고톡은 업무내용 등을 일과 시간 내 팀에 전달하고 공유하는 데 사용한다. 현대백화점이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MZ세대 직원이 느는 상황에서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문이 ‘결재판 보고’인 것을 확인해서다. 현대백화점 직원 전체 3032명 중 MZ세대 직원은 78.6%(2385명)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67.4%)가량의 직원이 업무하는 데 있어 ‘보고’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롯데온 이메일 통합 업무 확대

롯데온 수장인 나영호 롯데쇼핑이(e)커머스 사업부장(부사장)은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사업부장 부임 이후 롯데온은 이메일을 통한 업무가 크게 늘었다. 외국계 기업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 임직원들에게 지시할 메시지를 이메일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메일 사용이 잦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고체계도 단순화되고 있다. 이메일로 보고하는 일이 일상화되다 보니 두툼한 보고서 대신 실시간으로 사업부장과 임직원들의 보고체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메일에 익숙한 MZ세대들의 반응도 좋다. 임원들 역시 처음에는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는 일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전화 또는 구두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것보다 명확하게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이메일 특유의 장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임원직 아예 없앤 휠라코리아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이듬해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윤 대표는 구글 G 스위트(G Suite)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직원들과 대화나 메시지를 보낸다.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동시에 여러 직원이 문서를 공동 협업하고 모두 갱신된 문서를 이용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은 물론 직원 간의 소통도 더욱 용이해졌다. 해외 직원들과의 영상 회의나 실시간 자료 공유도 물론 가능하다.

윤 대표는 최근 사내 임원 제도도 폐지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상의 경영진을 제외한 이사, 상무, 전무 등의 임원 제도 및 호칭을 전격 폐지하고 직능 조직의 리더 중심 체제로 운영된다. 평소 윤 대표는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유도해 왔고 직급제 폐지 의견도 지속적으로 직원들과 공유해 왔다. 임원뿐만 아니라 사원 직급까지 전사적인 직급제 폐지가 윤 대표의 목표다. 향후 1~2년간 구성원들의 공감과 동의를 이뤄가며 제도를 전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직급제 폐지로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각 보직자로 국한(결재라인 간소화)되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휠라코리아가 지향하는 ‘분산화된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윤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윤 대표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사업 모델의 구체적인 구성을 전 임직원에게 공유한다. 각각의 직원들이 의사 결정을 할 사안이 발생하면, 합의된 방향과 잣대에 맞춰 일률적인 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분산화된 조직은 각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각 실무 구성원들이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바로 맞닿아 직접적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철학에 맞게 의사결정을 하게되는 조직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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