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래를 지향하는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넉넉한 공간과 함께 실용성 높은 'V2L(Vehicle to Load)' 기술이 적용돼 차박(車泊) 트렌드에도 걸맞는 편의성을 갖췄다.
현대차는 지난 17~18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 용산구 원효로 사옥에 위치한 '아이오닉5 스퀘어'에서 미디어 대상 공개행사를 개최했다. 전시장 내 1대, 외부 1대가 배치돼 양산 전 내·외장을 둘러보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전시장이 설치된 용산구 원효로 사옥 일대는 현대차의 전신(前身)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공업사(1946년)이 위치했던 곳이다. 현대자동차공업사는 현대토건(현대건설)에 흡수돼 사라졌지만, 1967년 현대차가 탄생하면서 부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효로 사옥은 현대차의 출발점이 됐던 공간"이라면서 "아이오닉 5가 첫 독자개발 모델 '포니'를 본뜬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고려해 이 곳에 전시장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자 그간 사진·영상으로만 보던 아이오닉 5가 모습을 드러냈다. 콘셉트카 '45' 를 따른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눈에 띄었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부담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히 차량 전조등, 후미등, 휠, 전기 충전구 등 곳곳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은 세련된, 혹은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였다. 보통의 사이드 미러와 달리 아이오닉 5의 사이드 미러엔 카메라가 부착 돼 차내 모니터를 통해 측면 정보를 전달한다. 적응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사이드 미러에 비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유니버셜 아일랜드' 역시 주목할 만 했다. 기존 내연차의 센터 콘솔 자리에 위치한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후방 140㎜까지 이동해 사용할 수 있다. 후방으로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밀면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 장애물이 사라지는 셈이 돼 좁은 공간에 주차할 경우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열 좌석의 승차감은 편안했다. 1열엔 운전석, 동승석에 적용된 릴렉션 컴포트 시트로 각도조절만 하면 안마의자에 앉는 느낌이 들었고, 2열 시트는 소파에 앉는 듯 편안했다. 레그룸도 넉넉해 신장 175㎝인 기자가 앉아도 큰 불편은 없었다.
보닛을 여니 '프렁크(프론트+트렁크의 합성어)'가 있었다. 전기차만이 만들 수 있는 공간이나, 그다지 활용도는 높지 않을 듯 했다. 전시장 차량 프렁크에도 티셔츠 2장, 바람막이 1장, 신발 및 양말 1켤레, 3단 우산 1개 정도가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아이오닉 5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V2L 기능이다. 아이오닉 5의 V2L기능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 보다 높은 3.6㎾의 소비전력을 제공, 캠핑장 등 외부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아이오닉 5의 배터리(72.6㎾h)는 지난해 서울시 가구당 1일 전력사용량(7.3㎾h)의 9.9배에 달한다.
실제 차량에 착석해 보니 2열 좌석 하단 정 가운데에 내부 V2L 포트(옵션)가 달려 있었다. 외부 V2L포트는 충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시장 특성상 실제로 V2L 기능이 작동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차량 내부에서 '시동을 끈 채'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전자제품을 별도의 도구 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특히 내부 V2L포트는 센터 터널(center turnnel)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과 맞물려 활용도도 높아 보였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노트북, 스마트폰, 게임기 등 소형기기는 물론 간단히 내부에서 커피포트, 전기밥솥, 전자렌지 등을 이용할 때도 불편함은 크지 않을 듯 했다.
차량 내부 공간도 차박에 큰 불편함은 없어보였다. 축거(휠베이스)가 대형 SUV인 펠리세이드보다도 더 긴 3000㎜인 만큼 신장이 약 175㎝인 기자가 눕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2열 좌석을 접어도 트렁크 부분과 단차가 크지 않아 얆은 매트리스 정도만 깔면 휴식을 취할 만 했다. 단, 전고가 1605㎜로 크게 높지는 않은 편이어서 차량 내에서 앉아있기엔 불편함이 있었다. 앉은 키 90㎝ 가량인 기자가 앉을 때도 고개를 다소간 숙여야 했다.
한편 아이오닉 5는 사전예약 첫 날 2만3760대를 판매, 내수시장 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유럽시장에서도 3000대 한정 사전예약에서도 '완판'을 이어가는 등 순항하고 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