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여의도 글래드 호텔의 '호텔에서 회식해' 프로모션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코로나블루(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우울증)에 연말 회식, 워크숍 스트레스가 컸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회사에서 끝내니 정말 좋습니다."
서울 공덕동 인근 A기업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손선희(가명)씨는 최근 팀 회식을 호텔룸에서 가졌다. 스위트룸을 바꿔 침대 대신 테이블을 놓고 포장된 음식을 놓고 회사 직원들끼리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B기업 총무팀은 저녁 회식을 점심으로 바꿔 회사 내 미팅용 룸에서 진행했다. 분위기를 낼 겸 7만원대 호텔 투고(To go) 도시락을 주문하고 간단한 쿠키 스낵도 주문해 디저트까지 점심 한 상 코스를 차렸다.
8일 여의도와 을지로, 테헤란로 등 오피스 밀집 지역 일대에는 점심·저녁 손님들로 붐비던 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연말 풍경이 펼쳐졌다. 단체 워크샵 여행과 회식 모임은 일절 금지됐다. 저녁 회식은 점심 미팅으로 바꾸고 주변 식당을 찾는 대신 사내에서 도시락을 함께 하며 연말을 보내고 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셀프 파티'를 열 수 있는 호텔 회식 서비스도 인기다. 여의도 글래드 호텔은 평방 48.2㎡(약 14.5평)의 스위트 객실 방에서 침대를 빼 식당 룸처럼 분위기를 바꿨다. 최소 3인부터 최대 12인까지 이용하는 서비스로, 모든 음식은 투고박스에 제공돼 셀프로 음식을 셋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천식 전복구이와 광동식 우럭찜, 양갈비와 이베리코 플레이터 등 호텔 셰프 요리와 와인,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를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가량 즐길 수 있다. 글래드 여의도 관계자는 "서빙까지 손님들이 스스로 하는 방식이라 다소 걱정했는데 직원들과 마주칠 일이 없어 오히려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다만 최근 연말 거리두기 격상으로 12월 취소 및 연기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63레스토랑의 '투고(To go)' 메뉴들
여의도 증권가의 특급호텔 '콘래드 호텔' 1층에 위치한 카페 '10G'와 다이닝 레스토랑 '제스트'에서는 여의도 직장인들을 위한 투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만원 미만 도시락부터 1만원대 클럽 샌드위치와 아침용 크로와상, 머핀, 프리미엄 주스 등이 인근 국제금융센터(IFC) 원·투·쓰리 빌딩 로비까지 30분 내에 배달된다. 인근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정준희(가명)씨는 "직책상 높으신 분들을 모셔야 하는 의전 업무가 많은데 주변 도시락 맛집은 11시에 달려가서 줄을 서도 한참 걸린다"며 "미리 편하게 예약해서 받는 호텔 도시락이 들이는 시간에 비해 낫다"고 말했다.
63레스토랑의 일식당 '슈치쿠' 셰프가 만든 '은대구조림' 도시락은 올해 5월 출시한 뒤 인기가 급증하며 11월 판매량이 10배 넘게 뛰었다. 같은 달 출시한 중식당 '백리향'의 '동파육' 도시락 판매량도 3배를 넘어섰다. 시청역 인근에서는 특급 호텔 중 '더 플라자 호텔'의 중식당 '도원'의 탕수육과 유림기 투고 박스는 5월 대비 평균 1.5배 판매율이 상승했다. 롯데호텔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의 시그니처 도시락의 경우 10월 대비 11월 판매량이 3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팀 단위인 3~5명 주문이 많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한식당 '수운'의 한식 도시락도 정갈한 반찬으로 인근 대기업 임원 비서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삼성역 코엑스 인근에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투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키친'에서는 그랩앤고 상품으로 웨스턴 시그니처 도시락을 내년 2월 말까지 판매한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아시안 라이브'는 '오색채담'이란 메뉴를 연말까지 판매한다. 한식, 중식, 일식, 인도식 등을 고루 담았다.
일부 호텔 도시락의 경우 거품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 한 특급호텔의 일식 도시락의 경우 11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고 구성품도 평이해 불만이라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원 김지원(가명)씨는 "모처럼 회사내에서 회식 대신 값비싼 특급호텔의 일식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형편 없었다"며 "연말 회식 등 수요가 늘어나 호텔들이 우후죽순 값비싼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지만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이면 다시는 이용할 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