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방산기업 죽이는 방산전시회 결국 강행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위산업 전시회인 'DX Korea 2020'이 내달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위산업 전시회인 'DX Korea 2020'이 내달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는 무기 소요군인 육군까지 나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 참여식'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2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방산전시회인 'DX Korea'는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DXK가 주관한다. 이날 ㈜DXK, 육군협회, 육군본부 행사지원단, 방위사업청 국제협력관, 국방부 전력정책실 등 관계자들은 대전시 소재 계룡스파텔에 모여 올해 'DX Korea'행사 진행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시회에 참여하는 방산기업들은 제외시켜 올해 전시회 진행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없게 됐다. 방산업계에서 "사실상 행사를 확정하고 반발하는 방산기업들의 의견을 무시하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육군까지 나서 'DX Korea'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수익구조 때문이다. 민간기업인 ㈜DXK는 매년 전시회를 통해 벌여들인 수익금 일부를 육군협회에 육군발전기금 명목으로 기부한다. ㈜DXK는 육군협회에 기부하는 금액에 대해 경영상 비밀이라는 입장이지만 매년 1~2억원씩을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협회도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현직 육군참모총장이 임기를 마치면 육군협회 부회장직과 DX Korea 추진위원장을 겸임시킨다.

지난 2014년에는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방산기업 대표들에게 공문을 보내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DX Korea에 참가하라"고 압력을 행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해도 DX Korea 추진위원장이 방산기업 대표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행사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의 눈치를 봐야 하는 방산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1~2억원의 참가비를 지불하며 행사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난무하는 방산전시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무총리실은 각 군이 주최하는 방산 전시회가 난무하자, 2008년 육군이 짝수년마다 개최하던 지상군 페스티벌과 공군이 홀수년마다 개최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서울ADEX)'를 통합하라고 군에 지시하기도 했다. 각 군마다 방산전시회를 열다 보니 규모도 작고, 해외 방산기업들의 참여률도 저조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매년마다 각종 방산전시회가 강행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올해 'DX Korea'는 수출대상국의 군 관계자와 바이어들이 기대한 만큼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행사에 머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DX Korea' 전시회 주최측은 각국 참모총장급 고위직 등 최대 규모의 해외바이어들이 방문한다고 홍보했지만 올해는 11개국에도 못 미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필리핀 관계자들의 경우 전시회보다 방산기업 현장공장 방문일정에 치중하고 있어 바이어들의 전시회 참여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는 육군에 전력화된 무기체계의 전시도 대폭 줄였고 기동화력시범도 취소되는 등 사실상 전시회에서 해외바이어들이 볼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미 DXK 측에 납부한 참가비 일부를 돌려받고 전시회일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데다 수출대상국의 주요 바이어들이 방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시회를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 힘 의원은 "초청됐던 국가와 기업의 숫자도 코로나19로 인해 대거 축소된 상태에서 방산 활성화라는 행사의 실질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기업들의 비용만 부담하는 꼴이 되는 상황이라 대승적 차원에서 행사를 취소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육군은 “DX Korea 방산전시회는 육군협회가 주관하며, 육군은 후원기관 중 하나로 참여하면서 행사의 일부분을 지원한다”며 “ '방산업체의 전시회 참여'와 관련 된 사항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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