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폭탄 맞은 강남 패닉…'차라리 다음 정권 기다리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
초과이익 부담금 가구당 4억원
역대 최고 금액 부과 '패닉'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올 게 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에 역대 최대 금액인 가구당 4억원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부과된다는 소식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긴장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는 낮다는 반응도 있지만 수억원대의 부담금 폭탄에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1대 1 재건축으로 사업방식을 바꾸거나 차라리 다음 정부까지 사업을 미루는게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한 규제 시그널이 재확인되면서 당분간 서울지역 공급절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청은 전날 반포3주구 조합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에 따른 부담금 예상액 5965억6844만원을 통보했다. 조합원 1인당 부담액은 4억200만원으로, 2018년 재초환이 재시행된 이후 최고 금액이다. 부담금 예상액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 조합이 3개월 내 공사비 등 관련 자료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면 지자체가 1개월 내 통보하게 돼 있다. 준공일로부터 4개월 안에 통보되는 실제 부담금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예상액 통보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상당하다.

수억 원대 부담금 소식에 강남권 일대 재건축 조합에서는 주민들끼리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을 모두 적용받는 사업장의 경우 격앙된 반응도 잇따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집 한 채 가진 게 전부인 은퇴 고령자가 집을 팔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억 원을 어떻게 마련해서 내느냐"며 "세금으로 낼 바에야 1대1 재건축 방식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1대1 재건축은 가구수 증가가 거의 없이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초과이익이 줄어 그만큼 부담금이 낮아진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2년 실거주 의무 기간도 채워야 하니 아예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자는 주민이 많아졌다"며 "상당수 주민은 이미 장기전을 각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는 부담금 공포가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재초환 합헌 판결 이후 지난 6ㆍ17 대책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부담금 징수를 본격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과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 등에서 연내 추징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가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주택 공급을 더욱 위축시켜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서는 지난 7월29일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분양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통상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이달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는 양천구 '신목동파라곤'과 동대문구 '장안에스아이팰리스' 단 두 곳, 398가구에 불과했다. 10월도 마찬가지다. 당초 4개 단지에서 40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분양가상한제에 발목이 잡혀 일정이 미뤄지면서 공급 물량이 아예 제로(0)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책정 분양가와 상한제 적용에 따른 분양가를 저울질하며 분양을 늦추고 있다. 총 1만2032가구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역시 같은 이유로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역대 최고 금액의 부담금이 현실화하면서 강남 3구의 재건축 단지 시세가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면서 "하지만 재건축ㆍ재개발을 틀어막아 공급 절벽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라 강남 3구 수요와 서울 수요를 잡지 못해 집값은 결국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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