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이온'이 효소를 지휘한다.. 신약개발 기여

울산과학기술원, 탄산탈수효소내 금속이온의 새로운 역할 규명
결합의 입체적 구조변화로 효소 활성 달라져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단백질 덩어리인 효소 속에 미량 포함된 금속 이온이 효소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효소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방식의 신약 개발이나 금속이온과 단백질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에 큰 진전이 기대된다.

김철민, 김채운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팀은 탄산탈수효소 활성 부위의 3차원 구조 변화를 추적해 효소 속 금속 이온이 효소의 반응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상관관계를 파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1일 실리기도 했다.

금속이온이 효소의 반응을 조절한다

이온별 입체적 결합 구조의 변화

탈산탈수효소는 이산화탄소(반응물)를 혈액에 잘 녹는 탄산 형태(생성물)로 바꾸는 것을 돕는 효소다. 자연 상태에서 이 효소는 아연 이온을 포함하고 있다. 이 아연 이온을 유사한 화학적 성질을 갖는 다른 금속이온으로 바꾸면 효소의 성능(활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금속 이온 주위의 입체적 기하구조(배위결합 기하구조)가 효소의 활성 정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구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효소 활성을 조절한다. 하나는 입체적 구조가 반응물(이산화탄소)이 효소에 달라붙고 생성물(탄산)이 효소에서 떨어지는 비율(속도)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응물이 효소 활성 부위 잘 달라붙고 생성물은 잘 떨어져야 효소의 활성이 높다. 두번째로는 입체적 구조가 주변 물 분자의 구조와 배치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도 효소의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 효소 내에 존재하는 물 분자는 반응물을 생성물로 바꾸는 반응에 직접 참여하거나 반응물과 생성물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효소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신약 개발에 기여

공동연구팀 사진. 김철민 교수(우단)과 제1자인 김진균 연구원(좌측 3번째)

연구팀은 고압력 급속 냉각 기법을 이용해 효소 반응이 일어나는 짧은 순간을 포착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기법은 김채운 교수팀이 이전 연구에서 개발했다. 효소에 이산화탄소(반응물) 기체를 주입한 뒤 급격히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반응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4종류의 금속 이온을 갖는 효소, 금속 이온이 없는 효소 결정을 이 기법으로 제조하고, X-선 결정학 기법으로 분석했다.

제1저자인 김진균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효소 반응의 중간단계를 포착하기 위한 수년 간의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김채운 교수는 "효소 내에 미량 포함된 금속 이온이 광범위하고 섬세한 작용을 통해 효소 활동을 총괄하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밝혔다.

김철민 교수는 "금속이온의 역할을 루이스 산으로 한정하면, '원자가 전자수'가 동일한 구리 이온, 코발트 이온 등을 보조인자로 사용했을 때 효소 활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금속 보조인자의 또 다른 역할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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