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은 탄광 속 카나리아? 오늘은 어떤 비판하나

문 대통령·정부·국회·검찰개혁·진보·보수 등 넘나들며 쓴소리
진 전 교수 SNS 글 1~6월 2093건 인용 보도, 조사 대상 중 18위
대권 주자 이낙연 민주당 의원 20위, 추미애 법무부 장관 23위
"한국 정치·사회 현안 인문학적 관점서 분석" 각종 매체 칼럼 활동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좌) 문재인 대통령(우).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공직은 짧고 집값은 길다. 시간은 다가오고 매각은 곤란하며 판단은 안 어렵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지난 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해당 글은 2000여 명에 가까운 SNS 이용자들이 '좋아요'(글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미)를 눌렀다.

이런 그를 두고 일종의 '탄광 속 카나리아' , '잠수함 토끼'라는 평가도 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새, 토끼 등에 이상징후가 일어나고 이를 본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매일 정치권을 향해 비판적 의견을 보이는 진 전 교수의 글이 일종의 비상신호 아니겠냐는 견해다.

진 전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이용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낸 시점은 올해 1월15일이다. 그는 이날 본인이 다시 논객 활동을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논객질을 다시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더욱이 그 비판의 표적이 문재인 정권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붕대 감고 자진해서 무덤속으로 들어간 미라 논객을, 극성스러운 문빠들이 저주의 주문으로 다시 불러낸 거죠. 그래 내가 돌아왔다. 됐냐?"라고 밝혔다. 당시 1500여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은 수십 개가 넘어갔고 대부분 진 전 교수 논객 활동을 응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법무부, 검찰 등 우리 사회 현안이나 쟁점에 비판을 쏟아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 저런 대형집회를 연다는 것, 저들 머릿속 정치적-종교적 광신만 있을 뿐"

특히 최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 전 교수는 15일 "통합당이 광화문 집회에 선을 긋는 게 중요합니다. 종교적-정치적 광신에 빠진 사람들은 어는 나라에나, 어느 진영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그들을 주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조국 사태 때 광화문에 수십만이 모였어도, 별 볼 일 없었죠? 어차피 그 집회에 확장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아무리 정권에 비판적이더라도 태극기 집회에 몸을 보탤 수는 없다고 느끼거든요.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 저런 대형집회를 연다는 것은 저들의 머릿속에 정치적-종교적 광신만 있을 뿐, 동료 시민에 대한 배려,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의지 따위는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저게 보수의 일반적, 전형적 모습이었지요. 저러다가 보수정당이 혐오 기피 정당이 된 겁니다. 다음 주에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오르겠네요"라고 지적했다.

◆ "문제는 쇄신하려면 '주체'가 필요한데, 그 주체가 없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 비판

또한,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관련해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13일 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역전당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당의 기풍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문제는 쇄신하려면 '주체'가 필요한데, 그 주체가 없다"며 "당의 헤게모니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쥐고, 그 아래로 완장 부대들이 설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차기'들이지만 그것도 문제"라며 "일단 '차기'가 되려면 당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당이 이미 친문에게 완전히 장악된 상태이기에 '차기'들도 감히 친문의 독주에 제동을 걸 처지가 못 된다"고 평가했다.

◆ "세월호 방명록…'고맙다'는 말 어떻게 이해해야" 文 에게 실망한 3가지 이유

또 앞서 8일에는 문 대통령에게 실망한 3가지 이유라며 첫 번째 이유로 "대선 후보 토론에서 극렬 지지자들의 행패를 '민주주의를 다채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정당화했을 때, 그때 이분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그때만 해도 아직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패악질이 막 시작된 시점이라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꼽은 사례는 세월호 방명록 사건이었다. 진 전 교수는 "세월호 방명록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것을 보았을 때, '미안하다'는 말의 뜻은 알아듣겠는데, 도대체 '고맙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라며 "아직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째는 올 초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분명해졌다"며 "이게 그냥 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문제였던 것이라고 (그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대통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통령은 허수아비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물론 이 모두가 측근들의 장난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더니, 자신들이 누리는 반칙과 특권은 제도화하려고 한다"며 "조국의 위선은 개인의 위선이 아니라 정권의 위선이자, 민주당의 위선이자, 대통령의 위선이기에 그를 목숨 걸고 비호했던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지난 5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참석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진 전 교수 글 '탄광 속 카나리아', '잠수함 토끼' 견해도

매일 현 정권과 진보·보수진영을 비판을 하는 그도 논객 활동에 대해 힘든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27일 "조금 피곤하긴 합니다.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해야 할 얘기도 많습니다. 게다가 입 달린 이들이 분위기에 압도당해 아예 입을 닫아 버리거나, 심지어 좀비로 돌변해 저쪽에서 입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혼자서 너무나 넓은 영역을 커버해야 하다 보니, 솔직히 힘이 좀 달리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들의 성실함과 집요함에서 배웁니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탄광 속 카나리아'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탄광 속 카나리아란 일종의 비상신호를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19세기 유럽의 광부들은 탄광 안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데려갔다. 메탄가스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한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이상징후를 보이면 즉각 갱도에서 대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2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잠수함에는 반드시 토끼를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토끼는 사람보다 공기 중 산소 농도 변화에 훨씬 민감해 밀폐된 공간인 잠수함 안의 공기 질이 나빠지면 토끼가 먼저 반응하고 이를 본 승무원들은 신속히 잠수함을 물 위로 떠오르게 해 환기를 했다.

카나리아와 토끼 모두 일종의 긴급 비상신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진 전 교수 글 역시 같은 효과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참석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1~6월 2093건 인용 보도…진보·보수 매체 넘나들며 기고 활동

실제 진 전 교수의 글은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올해 언론이 어떤 인물에 가장 주목했는지 살펴본 결과 진 전 교수는 18위에 올랐다.

진 전 교수의 글은 올해 상반기 모두 2093건 인용 보도됐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20위, 1876건)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23위, 1340건)보다 더 많이 인용된 수치다.

조사 방법은 1~6월 각 달마다 3일씩을 무작위로 뽑아 각 날짜별로 가장 많이 언급된 상위 100명의 이름을 추출하고, 총 1800명(6개월×3일×100명)에서 중복된 이름을 제외한 897명의 인물을 추렸다. 이후 이들의 말이 얼마나 많이 기사에 인용됐는지 상반기로 한정해 기사 수를 파악했다.

현재 진 전 교수는 진보·보수 매체를 넘나들며 왕성한 기고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진중권의 트루스 오디세이', 경향신문에서는 '진중권의 돌직구', 주간동아에 '진중권의 직설'이라는 이름으로 최근에는 중앙일보를 통해서도 자신의 철학을 전할 예정이다.

진 전 교수는 11일자 중앙일보를 통해 "한국의 정치·사회 현안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겠다"며 "최근 페이스북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제시했던 것처럼 폭넓게 의견을 밝히는 글을 쓰겠다. 최근 활동의 확장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한국일보 마지막 칼럼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죽음에 "그의 몰락이 내게는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진보 전체의 죽음으로 느껴진다"며 "그의 위선은 우리 세대의 위선이고, 그의 어리석음은 곧 우리 세대의 어리석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그는 이런 활동이 일종의 정치적 활동이 아니냐는 지적에 지난 1월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제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다면, 그것은 정치적 활동이 아니라 경제적 활동으로 보시면 됩니다"라고 일축했다.

◆ "제가 몸부림을 친다는 것 뭔가 우리사회 부정적인 상태"

또 자신의 논객 활동에 대해서는 한 매체를 통해 "많은 분들, 아마도 저쪽 분(진보)들이 '저 놈이 왜 저렇게 몸부림을 치나, 아무 이유 없이 왜 몸부림을 치나' 그럴 테지만 제가 몸부림을 친다는 것은 뭔가 우리사회의 상태가 긍정적이지 못하고 부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어떤 경고음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잠수함 토끼'를 언급 "사람들은 산소 부족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토끼는 빨리 느끼기 때문에 막 몸부림을 쳐 '아 지금 위험한 상태구나'라는 걸 알려준다"며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 토끼로 나는 지금 그 토끼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평론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금 뭔가 불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데 그 답답함이 저를 통해서 표출이 되고 있는 것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진영에서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쁘거나 그렇지 않다"며 "언젠가 그분들의 환호가 얼마든지 또 비난으로 변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아일랜드 비행사가 자기의 죽음을 예언하다' 구절속 '나는 내가 위해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내가 대항해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증오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부서 '의원'직을 권유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그거 못 합니다. 적성이 달라요. 평론가는 똑같아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도 차이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 섬세한 차이에 주목하게 만들죠. 저는 그 일에 특화돼 있습니다. 반면, 정치를 하려면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달라요. 그걸 알고 그들도 나 같은 사람, 알아서 안 불러요"라고 일축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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