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치권 갈등과 정부의 무책임한 업무이관으로 연초부터 주택업체들의 아파트 청약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결제원과 한국감정원 간 주택청약 업무이관에 따른 공백으로 1월 한 달 간 신규 청약이 전면 중단된 상태인 데다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업무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아파트투유' 사이트를 통해 민영주택 청약 업무를 맡아오던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12월 말을 끝으로 신규 입주자모집공고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청약ㆍ조회ㆍ자격확인 업무 등 나머지 업무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주택청약 업무를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기로 한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해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7~9일 청약을 받는 인천 검단지구 '파라곤 센트럴파크'가 아파트투유를 통해 청약 일정을 진행하는 마지막 단지가 될 전망이다.
청약 업무 이관은 청약자격 사전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아파트투유 시스템에서는 청약자가 직접 자신의 청약 자격과 순위, 가점 등을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실수로 정보가 틀리게 입력될 경우 청약 제한 등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했다. 국토부는 신규 시스템에서 청약자 본인 및 가구 구성원의 주택 소유 여부, 소유 주택의 공시가격 열람, 무주택 기간 산정 등 관련 정보를 한 번에 조회 가능한 사전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칫 청약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감정원이 업체들로부터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받아 청약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관련 법안이 개정되지 않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청약 시스템을 감정원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금융기관인 감정원이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금융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 2일 현재 여전히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은 주택법 개정법률안 (제공=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법안은 이미 지난해 5월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후 지난달 6일 위원회 대안 형태로 해당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공직선거법ㆍ고위공직자수사법(공수처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법제사법위에는 아직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후 정부 이송을 거쳐 공포에도 최소 2주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1월 내 개정안 시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무 공백에 따른 청약시스템 부재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도 큰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업계에 따르면 2~3월 두 달 간 전국에서 공급예정인 아파트는 119개 단지 8만4400가구에 이른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대부분 지역과 과천ㆍ하남ㆍ광명 등에서는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유예기간 내에 청약을 실시해야 이 규정을 피할 수 있지만 청약 업무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변경고시를 통해 업무 이관을 다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이달 말로 모든 관련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금융결제원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주택사업의 경우 한 달만 사업이 지체돼도 만만치 않은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청약업무 공백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