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이화여대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전기 유물 ‘백자 청화매조죽문(靑畵梅鳥竹文) 항아리’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이 문화재와 조선시대 풍수지리서인 ‘지리전서동림조담(地理全書洞林照膽)’, 대승불교 경전인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전했다.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는 하얀빛이 감도는 백자다. 그 위에 푸른 안료로 매화, 새, 대나무 등이 그려졌다. 청화 물감은 코발트 안료다. 아라비아에서 들여와 당시 회회청(回回靑)이라 불렸다. 조선은 초기에 중국 수입품을 사용했으나, 1463∼1469년에 국산 제품을 썼다고 전해진다.
높이는 27.8㎝다. 매화를 크게 배치해 화려한 느낌이 강하다. 다양한 모습의 새는 생동감 있게 묘사됐다. 먹으로 농담을 표현하듯 청화 안료의 색조와 분위기를 잘 살렸다. 문화재청은 “회화 기법 수준이 높아 도화서 화원이 제작에 참여한 관요(官窯)로 짐작된다”고 했다.
이 백자는 본래 ‘백자 청화매조죽문 유개항아리(국보 제170호)’처럼 뚜껑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나, 현존하지는 않는다. 정제된 태토(胎土·바탕흙)와 문양은 비슷한 편이다. 문화재청은 “사용 계층과 제작 물량이 한정돼 희소성이 있다”며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됐고 조선 고유 청화백자를 제작할 무렵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와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지리전서동림조담’은 중국에서 오대 시기에 범월봉(范越鳳)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천문·지리 업무를 담당한 관상감(觀象監) 관원을 선발하는 음양과(陰陽科)에 시험 과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주술적 요소 등으로 인해 유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나, 조선에서는 고유의 풍수관을 지닌 자료로 인정됐다.
책은 상권과 하권 스물두 편으로 구성됐다. 조선이 건국 뒤 처음 만든 금속활자인 계미자로 인쇄했다. 서문과 발문, 서적 기록인 간기(刊記)는 현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미자 중자(中字)를 쓴 점으로 보아 태종 연간(1400∼1418)에 인쇄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음양과 풍수지리서가 사마과 수험서인 유학 서적에 비해 전래본이 적고, 계미자로 인출됐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은 조선 이성계가 승려 신총에게 글씨를 쓰게 한 뒤 1401년 제작한 목판으로 찍어 완성됐다. 15세기 말까지 사용된 한글인 반치음과 옛이응이 남은 점 등으로 미뤄 15세기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759호로 지정된 동일 판본과 비교했을 때 누락본을 보완할 수 있고, 한문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도록 문장 사이에 달아놓은 석독구결이 있어 중요한 자료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