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이지은 인턴기자] 최근 여대생 A(23) 씨는 유튜브를 통해 페미니즘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여성 유튜버들의 영상을 즐겨본다. 남성의 입장에서가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페미니즘을 반박하고 있어 공감가는 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여성들을 비난하는 페미니스트 집단이 싫어 이러한 영상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른바 ‘안티 페미’ 성향의 여성 유튜버들의 영상이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는 결국 이런 갈등은 건강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 없고 부정적 결과만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티 페미’ 성향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를 주장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탈코르셋’ 논쟁이다.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여성들 입장에서 탈코르셋은 메이크업이나 다이어트 같은 외모 및 몸매를 가꾸는 행위에서 벗어나자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는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하지만 ‘안티 페미니스트’ 유튜버들은 ‘꾸밈 노동 탈피도 좋고 다 좋은데, 화장하는 여성을 비난하지 말라’는 취지로 탈코르셋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지적한다. 이런 영상은 탈코르셋을 하지 않는다며 지적을 받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다.
‘안티페미’ 성향을 가진 여성 유튜버의 영상을 보는 여고생 B(19) 씨는 “메이크업, 패션 등 꾸미는게 취미인데 페미니즘을 접한 친구들이 탈코르셋을 강요해 불편했다”며 “여성의 입장에서 화장과 다이어트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를 지적하는 영상을 보니 답답했던 부분이 해소되는 것 같아 영상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유튜브 상에는 여경 채용 비율을 확대한 것과 관련해 남성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거나 ‘한국의 페미니스트는 전부 꼴페미(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비속어)’라는 제목의 영상들도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영상을 제작하는 여성 유튜버들은 “자기관리에 실패한 모습을 탈코르셋으로 자기 합리화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의 군복무에 고마움을 표해야하며 군가산점 제도를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을 하며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여성의 이익만 생각하는 여성우월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안티 페미니즘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 입장을 가진 여성들의 주장과 충돌하고 있다. 페미니스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일종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 네티즌은 “페미니스트가 여성 인권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데 안티 페미 유튜버들이 페미니즘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다”며 이들이 오히려 여성들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직장에서 겪는 여성의 고용 차별을 보고도 저런 영상을 제작할 수있냐”며 “인기를 얻기위해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 영상을 제작해 오히려 온라인 상의 성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여성과 반대하는 여성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페미니즘 비판을 주 콘텐츠로 다루는 유튜버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해 페미니즘 논란을 일으켜 이득을 보는 일종의 ‘페미 코인’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페미코인’은 ‘페미니즘’과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합성한 신조어로 페미니즘 논쟁에 편승해 사회적 인지도를 올려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행위를 비꼬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티 페미’ 성향의 영상으로 여성간 갈등은 물론 남녀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대 남성 C 씨는 “‘안티페미’ 유튜버들의 영상이 일부 남성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그곳에서도 일부 회원들은 ‘페미코인’을 언급하며 유튜버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며 “유튜브를 이용해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유튜버 본인은 화제성을 챙기는 것 같아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러한 영상을 보라고 권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이러한 유튜버들의 영상 댓글창에도 여성 혐오와 관련된 욕설이 난무해 인상이 찡그려진다. 댓글과 영상을 보면 볼수록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화될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처럼 여성 ‘안티 페미’ 유튜버들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이 페미니즘이 성별 간의 대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집단 간집단간 극단적 혐오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페미니즘 집단에게 오히려 피해를 받고 있다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여성 집단 내에서도 페미니즘을 둘러싼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페미니스트에게 분노를 뛰어넘어 극한의 감정인 혐오까지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혐오라는 감정은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가장 극한에 위치한 감정으로 분노에 비해 쉽게 사그러 들지않는다"며 "페미니즘이 사회 발전을 위한 건강한 논쟁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타 집단을 헐뜯는데 이용되고 있으며 극한의 혐오만을 부추겨 오히려 집단 간의 파멸만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인턴기자 kurohitomi04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