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누구나 동영상 올리고 수익도 올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 2011년 9월, 당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인 아담 스미스가 한국의 사용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사용자도 유튜브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으면 단순히 '유튜브 스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돈도 벌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 말은 허황된 소리처럼 들렸다. 돈을 버는 '유튜브 스타'의 등장은 구글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난 지금, 국내에서 구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가 탄생했다. '제이플라'(본명 김정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유튜버의 계정 구독자 수는 18일 현재 1095만명이다. 유명 아티스트의 곡을 편곡하거나 재해석해 부르는 '커버뮤직'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과 감미로운 음색을 바탕으로 인기를 얻은 제이플라가 유튜브를 통해 올리는 수익은 연간 최고 30억원대로 추정됐다.
8년여 전 개인 유튜버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만들겠다는 선언과 오늘날 억대 고수익을 올리는 유튜버의 등장 사이에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둘러싼 그동안 변화의 양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형태는 텍스트나 이미지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그 패권은 종래의 포털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 인기 유튜버에 쏠리는 시선은 단순히 그 개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시대를 가로지르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새로운 '인플루언서'로 부상한 유튜버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유튜브 이용시간 10배 증가=이날 구글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로운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2012년 서비스 7주년을 맞아 공개한 수치에서 1분에 72시간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6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는 그만큼 유튜버의 수도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튜브로 동영상으로 보는 양도 급증했는데 현재 매일 10억 시간에 달하는 동영상이 플레이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월 평균 이용시간이 30억 시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증가한 셈이다. 닐슨코리안클릭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지난해 7월 유튜브 순방문자는 PC 1300만명, 모바일앱 2400만명이었다.
이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몰리는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주요 방송 콘텐츠와 1인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이 동영상으로 활발하게 유통되면서 사용자들의 시청습관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동영상 트래픽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전체 콘텐츠 유형에서 약 54%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가 필요할 때도 동영상 플랫폼에서 검색을 하도록 만들었는데 현재 유튜브에서 'how to'를 검색하면 6억개 이상 영상이 등록돼 있는 것은 이 같은 변화의 방증이다. 국내에서도 유튜브 이용자 56.6%가 검색 기능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은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유튜버는 어떻게 억대 연봉을 벌까=이 같이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그것을 보는 양 자체가 급격하게 늘다보니 자연스레 광고주도 동영상을 활용한 광고에 초점을 맞췄고 이는 유튜버의 수익과 직결됐다. 메조미디어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업종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유튜브는 4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광고수익은 구독자 1000명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유튜버와 나누게 된다. 배분율은 유튜브 45%, 창작자 55%의 비율이다. 동영상의 재생시간과 붙일 수 있는 광고 수, 유튜버의 지명도 등에 따라 세부적인 조건은 달라진다.
수익 배분을 비롯해 저작권 관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측면의 문제들이 발생하다보니 유튜버들이 동영상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른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도 등장했다. '다이아 TV'로 MCN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CJ ENM은 전용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노하우 전수, 광고 및 협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비디오빌리지,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래저헌터, 스틸에잇, 데마시안, 프릭 등의 MCN 사업자가 국내서 활발하게 움지이고 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직업으로 유튜버의 등장은 미디어 환경이 열린 세상이 된다는 의미"라며 "과거에는 미디어는 전문 직종의 영역이었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권력 집단의 것이었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열려 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훨씬 다양한 정보를 수용자가 접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