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상에 '물가'까지…경기위축 우려 커져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 급등…유가 상승 겹쳐 수입물가 고공행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유지한 19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김민영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서 환율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가가 뛰면서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19일 오전 9시42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원 오른 1106.2원에 거래 중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12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며 전일에는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100원을 돌파했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양국의 무역전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도 피해를 볼수 있다는 우려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진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우리 수출기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가 오르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원ㆍ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외환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박에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내년 3월부터 6개월마다 공개한 뒤 1년 뒤부터는 석달마다 외환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개입 내역 공개로 정부의 환율 관련 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보고 개입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이에 정부의 환율 관리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올라가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달러매수)으로 환율의 변동성을 줄여야 하는데 지금은 소극적 대응으로 환율이 올라가는걸 막을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자금이 빠져나가면 환율은 더 오를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환율상승이 이미 오르고 있는 수입물가를 더 높일 가능성도 크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87.09로 2014년 11월 91.23을 기록한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수입물가지수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올해 들어서 1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68.27달러에서 5월에는 74.41달러로 9.0% 상승했다.수입물가지수는 이달에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6월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더 필요해 수입물가가 오른다.수입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의 물가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물가 상승은 보통 1~2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최근 외식물가 등 생활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며 이미 가계 경제에 부담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또한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겨 기업경기와 가계부채 문제 등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한은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입물가지수 상승에도 영향을 끼쳤다"며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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