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노믹스, 獨서 배운다] '동독 시절 추억을 팝니다'

베를린 최대 벼룩시장 '마우어 파크' 가보니

동독 시절의 구형 필름 카메라는 관광객은 물론 독일 사람들에게도 좋은 추억의 아이템이다.

[베를린(독일)=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곳, 동서 분단 시절을 상징하듯 구 동독 물건들이 거래되는 벼룩시장이 있다는 소문에 '마우어 파크'를 찾았다. 이 공원에는 '장벽 공원'이라는 다른 이름이 붙어있다. 과거 분단시절 베를린 장벽이 지나가는 곳이다. 통일 이후 공원으로 조성됐고 구 동독 지역 사람들이 통일 이후 이것 저것 내다 팔기 시작하며 베를린 최대의 벼룩시장으로 자리잡았다.구 동독 시절의 물건들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에 이곳을 찾았다. 어디나 한산한 시내 중심가와 달리 마우어파크 인근은 떠들썩하다.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는 젊은이들과 산책을 나온 듯 지팡이를 짚고 나온 신사, 저렴한 가격에 뭐 하나 건져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한 관광객들까지 공원 한편의 벼룩시장을 가득 메웠다.독일 사람들은 별걸 다 내다 파는구나 싶을 정도다. 한눈에 봐도 골동품이라기 보다 폐기물에 가까워 보이는 오래된 가구를 비롯해 한때는 누군가가 입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중고 수영복과 여성용 속옷까지 팔고 있었다. 누가 봐도 신다 버린 것 같은 신발 더미서 오래된 나이키 에어를 찾기 위해 뒤지고 있는 청소년도 있다.

구 동독 시절의 추억을 사고 파는 사람들.

한바퀴 돌아다니다 보니 구 동독(GDR) 시절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이 제법 있다. 구 동독 시절의 차량 번호판을 비롯해 가정마다 지급됐었다는 골동품 수준의 방독면, 소련 주둔 군인들이 썼다는 설명이 붙어 있는 군 장교 모자까지 있었다. 놋쇠로 만들어진 수 많은 문고리를 만지작 거리고 있자 자신을 토마스라고 소개한(독일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 상점 주인이 "그거 동독 시절에 아파트마다 달려 있던 문고리"라고 설명한다. 옆에는 누군가의 사진첩과 슬라이드가 있다.한쪽에서 구 동독 시절 카메라와 가전 제품을 파는 올리버씨와 잠깐 얘기를 했다. 올리버씨는 "많은 사람들이 구 동독 시절의 물건들을 찾아 이곳으로 온다"면서 "과거 사회주의 시절은 이제 독일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법 한 아이 손을 잡은 한 노인이 아이에게 연신 구 동독 시절 물건을 가리켜가며 설명을 한다. 독일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가 아이에게 "이건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쓰던 드라이어고 아 저건 친구들이 많이 갖고 다녔던 도시락통이지"라고 말하며 구 동독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어디서 왔냐는 올리버씨의 질문에 대한민국이라고 답하자 기사에서 봤다며 조만간 한국도 통일되는 것 아니냐며 축하부터 한다. 통일이 되고 북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북한 물건들과 우리가 어린 시절 갖고 있었던 반공교육 관련 물품들을 주고 받는 시대가 올까? 마우어파크를 돌아 보니 그런 시절이 오래지 않아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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