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공공일자리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공약이다. 공공부문을 활용한 일자리 만들기. 필요하면 당연히 해볼 수 있다. 다만 나라살림이 허락하는 선에서다. 그런데 곳곳에 숨은 함정은 두고두고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 하나씩 보자. 첫째는 숨은 비용이다. 공공일자리로 더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면 민간사업에도 보탬이 되고 경제도 좋아진다. 소방, 경찰 등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 부문이 그렇다. 그러나 필요장비를 갖추고 4대 보험에 연금과 퇴직금까지 더하면 부담은 훌쩍 커진다. 식비, 여비 등 간접비용도 들고, 승진해서 관리직이 되면 규제를 통한 권한확대의 유혹이 기다린다.둘째는 공공부문에 자원을 투입해서 민간사업이 위축되는 구축(crowding-out) 효과다. 자기 사업한다고 투지를 불태우던 학생이 공무원 학원을 등록하기에 물어보니, 안 잘리고 맘 편히 연금 받고 살겠다고 한다. 공익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고 만든 공직의 안정성과 보장성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인재를 빼앗아간 셈인데, 정부기구가 연구지원사업을 하면 벤처업체들이 사업개발은 다 중단하고, 연구소 간판을 달고 지원금 따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과 같다.셋째는 공공부문의 경직성이다. 경제의 외적충격을 공공일자리로 흡수하는 효과도 있지만, 시장의 경쟁압력이 없고 정치적 과정에 맞물려 있는 공공부문의 성격상 한번 생긴 기구와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인구구조의 불균형과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중장기적,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는 우리 입장에서는 특히 부담스러운 점이다.하버드대학교의 알레시나(Alesina) 교수는 낙후된 이탈리아 남부지역을 공공일자리를 통해 살려보려던 일종의 재분배 정책이 지역의 경제적 기반을 더 악화시킨 과정을 분석한 바 있다. 경제사정이 안 좋으니 공무원의 보수와 지위는 상대적으로 더 좋고, 그래서 다들 공무원만 되려고 하니 민간기업은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시간이 가면서 교육이나 직업에 대한 관념도 이쪽으로 쏠려서 시장의 경쟁압력은 기피하고 공공부문에 더 크게 의존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얘기다.경제가 어려우니 선제적으로 공공부문이 나설 수도 있다. 무작정 '큰 정부, 나라 빚' 운운하며 비난만 한다면 내용 없는 선동일 뿐이다. 정의로운 일에 뒷다리 잡지 말라는 열정 가득한 주장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공공일자리는 해결책의 일부이며 적어도 대선공약보다는 돈도 더 들고 심란한 속사정도 많다. 나라살림 현실에 비추어 어떤 일자리가 얼마나 가능한지, 민간의 사업 활동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하나하나 따져보는 솔직한 논의가 없으면 귀한 세금만 나눠 쓰는 꼴이 된다.좋은 일자리는 좋은 사업 기회들이 실현될 때 생긴다. 기업부문의 무능과 탐욕이 일자리 문제의 원인인지는 따져보고 바로잡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공공일자리가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정책 한다고 여기저기 만든 기구들과 행사들의 속사정을 보면서, 여기 들어가는 돈과 인력을 모아서 제대로 된 사업체를 만들고 해외투자까지 받으면 일자리든 기술혁신이든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도 구축효과의 일부인데, 문재인 정부의 '4륜구동' 성장에서 일자리성장이 혁신성장과 상충되는, 두 바퀴가 다른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목이다.문재인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은 이런 세밀한 부분을 모두 살펴보지는 못했다. 대선 과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아름다운 얘기들은 나라를 망친다.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짜지면 돌이키기도 어렵다. 혹시나 대표공약에 불경죄가 될까 눈치만 본다면 정책은 말의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 산으로 간다. 신문고를 두든 암행어사를 보내든 성역과 금기가 없는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경제를 살린다.박찬희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