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살고싶은 동네로①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이다. 임기 5년 동안 500곳을 선정해 총 50조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규모로 보나 정부의 의지로 보나 중요도가 높은 정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많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과거 정부가 내놓은 뉴타운 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뉴타운과 달리 소규모로 진행된다는 얘기다. 또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하지만 재원은 적지 않게 들어간다.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유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뉴타운서 방향 튼 은평구도시재생활성화 희망지 우수지역 선정, 주민협의체 '소통방'이 원동력주거환경개선 전문가 파견 등 행정지원뉴타운 때와 달리 땅값도 안정세
올 7월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된 서울 은평구 역촌2구역 일대. 자체 주차 공간이 부족한 노후한 다세대·연립주택이 몰려 있어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서울 지하철 6호선 역촌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인 역촌사거리 일대. 7일 오후 한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달하는 폭염에도 밀집한 상가들 사이로 행인들이 바삐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거리 안쪽으로 들어서자 인적이 뚝 끊겼다. 더위를 피해 나무 밑에 마련된 벤치에 자리를 잡은 노인들이 전부였다. 인적이 드문 거리엔 자동차들만 빼곡했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노후한 다세대ㆍ연립주택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왕복 2차선 도로는 한쪽에 줄지어 주차된 차량들 탓에 1대만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었다.일방통행임에도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기 위한 후진 곡예 운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아예 주차장이 된 골목길도 있었다. 뒤쪽에 주차된 차량이 나오려면 앞에 있는 차의 주인들을 불러야 하는 상항. 지하철역에서 도보 5분 이내에 위치한 이른바 '역세권'이지만 낙후한 주거시설과 단절된 도로, 부족한 주차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주거지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이에 은평구 역촌동 2-45 일대의 일부 주민들은 재건축을 추진했고, 2014년 12월 '역촌2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지하 3층~지상 19층, 13개동에 임대주택 37가구를 포함해 777가구를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년7개월여 만인 올해 7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토지등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했고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찬성자가 50% 미만인 경우에 해당돼 서울시장이 직권으로 해제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역촌2의 경우 재건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직권해제되면서 주거환경 개선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낙후도가 심해 소규모의 도시재생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촌2 정비구역의 도시재생 사업 추진도 지금으로선 힘들어졌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시 투기과열지역으로 묶인 서울 전역을 도시재생 사업지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반면 인근의 은평구 수색동 311(구름다리 햇빛마을) 일대는 노후한 주거환경 측면에서는 역촌2와 같지만 현재 상황은 판이하다. 정비구역(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과정까지는 비슷하다. 수색동 311 일대는 2006년 10월 수색ㆍ증산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2014년 7월 해제됐다. 수색역과 가장 멀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구름다리 햇빛마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은평구 수색동 311번지 일대. 전체 400가구 중 지은 지 20년 이상이 지난 주택이 70%에 달한다.
뉴타운 해제 약 2년 뒤 수색동 311 일대는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주택이 70%에 달해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이 아닌 소규모 도시재생을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민협의체인 '소통방'에서 나왔다. 뉴타운 해제 초기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지난해 7월 만들어진 주민협의체는 수색동 311 일대에서 나고 자란 정진국 대표를 중심으로 주민 설득에 나섰다. 주민들을 만나 '도시재생으로 주거환경이 나아지면 당장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없을 수 있지만 우리 동네가 더 살기 좋아진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소통방을 중심으로 모인 주민들은 2016년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도시재생활성화를 위한 희망지 공모 사업'에 신청해 도시재생학교 등을 운영하는 등 주민역량강화 활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7년 2월 우수지역으로 선정됐다. 올해 5월엔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의 사업 찬성 동의로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로 확정돼 서울시로부터 2019년까지 3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정 대표는 "처음에 주민들에게 도시재생하자고 했을 땐 '재건축 조합장처럼 자기 주머니 채우려 한다'는 욕도 많이 먹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이런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귀띔했다. 역촌동의 실패는 뉴타운의 과잉지정과 투기가 맞물리며 발생했다. 2002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뉴타운 사업은 2007년까지 서울시 전체 주거면적의 8% 수준인 25곳이 지정됐다. 여기에 뉴타운 사업지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며 투기세력이 붙으면서 지분 쪼개기 등이 성행했다. 이는 조합원 증가와 일반 분양분 감소로 연결되면서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다시 이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박원순 서울 시장의 뉴타운 해제 정책까지 겹치면서 뉴타운 사업이 곳곳에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중단된 뉴타운 사업지의 출구전략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았던 데 있다. 수색동처럼 도시재생으로 사업 방향을 돌린 곳은 손에 꼽을 정도며 대부분은 그대로 방치되며 슬럼가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행히 도시재생을 추진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일부 시각과 달리 대부분의 사업지의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햇빛마을 땅값과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햇빛마을 인근 G공인중개사는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땅값이 뛰면서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집값도 많이 올랐었지만 해제되면서 다시 가격이 하락했다"며 "도시재생 사업지 선정 이후에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생기긴했지만 실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2002년부터 본격화된 뉴타운 사업은 2007년까지 서울시 전체 주거면적의 8% 수준인 25곳이 지정됐다.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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